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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밟기 퍼포먼스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by 공작세


부처님 오신 날,

봉은사, 조계사 등으로 몰려가 찬송가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는 기독교인들이 있었습니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고 자주 반복되는 일입니다.

이것은 일부 몰지각한 기독교인들이 하는 짓일 뿐이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그러지 않으니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네가 밟는 모든 땅 주님 다스리리 너는 주의 길 예비케 되리'

'주님이 주신 땅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때에 수많은 적들과 견고한 성이 나를 두렵게 하지만

주님을 신뢰함으로 주님을 의지함으로 주님이 주시는 담대함으로 큰소리 외치며 나아가네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그날의 주께서 말씀하신 이제 내가 주님의 이름으로 그 땅을 취하리니 '


복음 성가 내용입니다. 이런 비슷한 내용의 성가는 많이 있습니다.

'땅 밟기'를 하는 근거이자 목적입니다.

전도를 하고자 하는 곳에 가서 기어코 그 땅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밟는 땅은 주님이 나에게 주신 땅이니 내가 열심을 내어 밟아서 그 땅에 살고 있는 비기독교인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그들로 하여금 구원을 받게 하겠다는 강력한 목표가 있습니다.


복음 전파는 기독교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저도 기독교인이므로 이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되었습니다.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어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법으로든지 복음을 전하기만 하면 마치 사명을 완수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

아주 잘못된 전도 행태가 '땅 밟기 퍼포먼스'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을 위한 것도, 기독교를 위한 것도 아닙니다.

오직 자기를 만족시키는 것 외에 그 어떠한 의미도 부여받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자기 몸을 내어주시면서까지 사랑을 실천하셨던 것처럼,

비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여 진정으로 세상 사람 모두가 구원받기를 원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해야 할 것입니다.

땅 밟기, 거리에서 사람들 귀 따갑게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외치기, 다른 종교 시설에 가서 일방적으로 자기주장하기, 예수 잘 믿으면 일이 잘 풀리고 병도 낫는다고 거짓말 하기 등등은

오히려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짓입니다.


성경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구절만 보지 말고, 진정으로 필요한 내용을 제대로 봐야 할 것입니다.

복음 전파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바울 사도가 어떻게 복음을 전했는지 성경에 나와 있습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자유로우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이라

유대인들에게 내가 유대인과 같이 된 것은 유대인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에게는 내가 율법 아래에 있는 자 같이 된 것은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없는 자에게는 내가 하나님께는 율법 없는 자가 아니요 도리어 그리스도의 율법 아래에 있는 자이나 율법 없는 자와 같이 된 것은 율법 없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라

약한 자들에게 내가 약한 자와 같이 된 것은 약한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내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고자 함이니

내가 복음을 위하여 모든 것을 행함은 복음에 참여하고자 함이라

(중략)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


땅 밟기 등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하나님을 더 잘 믿고 있고, 자신은 천국에 갈 것이라는 교만에 빠져서

믿지 않는 사람들을 한 수 아래로 보기 때문에 그 따위 행위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입니다.


바울은, 그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오히려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됨으로써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러한 바울, 그 바울을 제대로 본받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기독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라도, 회개하고 반성하여 올바르게 복음을 전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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