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짐 예약, 꺼짐 예약도 있고, 앱을 통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참 좋은 세상이죠.
참 좋은 세상인 줄 알았는데, 귀신이 곡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15시 28분만 되면 어김없이 에어컨이 켜지는 겁니다.
서비스센터에 문의를 했죠. 요즘엔 AI가 답하거나 메일로 답을 주더라고요.
초기화를 시키면 된다고 방법을 알려줘서 그대로 했는데도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사님이 오셨죠. 이것저것 다 해보시더니
"아무래도 메인보드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 회사에 연락해서 메인보드가 오면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한참 있다가 메인 보드를 바꿨습니다. 고쳐지지 않았어요.
"네트워크 연결이 되는 다른 기판이 있는데 그것을 바꿔야 할 것 같네요"
며칠 후에 기판을 바꿨습니다. 고쳐지지 않았어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본사에 물어봐도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했답니다.
다시 확인하러 오기로 한 기사님이 코로나에 걸려서 다른 기사를 보낸다는 연락이 왔어요.
그 기사에게 설명은 다 했고, 이것 저것 실험을 해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기사가 오더니, "지난번 기사님도, 저도 삼성 제품을 못 고치는 게 없어요. 디스플레이를 바꿔야 할 것 같네요"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자신이 아주 잘 고치는 전문가라고 소개하면서 한 말입니다.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디스플레이가 무슨 기능을 한다고.
"디스플레이가 네트워크와 무슨 연관이 있나요?"
"네, 있죠."
"그러면 바꿔야죠"
"핸드폰 좀 줘보시겠어요? 스마트씽스를 봐보게요"
바꾼다는 디스플레이는 바꾸지 않고, 뜬금없이 제 폰을 달라고 하니 또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3시 28분에 켜짐 예약은 한 적도 없으니 예약 설정에 당연히 없고, 이전에 다 점검했으니 봐도 원인을 찾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될 텐데요."
"그래도 제가 한 번 보게 줘보세요."
줬습니다.
10분을 넘게 이것저것 하더니
"디스플레이 바꿔도 고쳐지지 않을 것 같네요. 스마트씽스를 제거하고 다시 설치를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것저것 다 해보았는데 그것을 안 해봤겠어요? 몇 번을 했는데 다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도 다시 해보시고 안되면 연락 주세요"
"연락은 누구에게 하면 되나요?
"이전 기사님께 하면 됩니다."
이런.
자칭 최고의 전문가라는 사람이 와서 에어컨은 만져보지도 않고 오직 내 핸드폰만 만지작 거렸으면서 한다는 소리가... 그러면 뭐하러 왔는지.
퇴근 후에 갑자기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 사람이 내 핸드폰에 악성 파일이라도 심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남에게 스마트폰을 주면 무엇을 하는지 꼭 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네요. 물론 아무 일도 없었지만, 이런 고민 자체를 하지 않으려면 스마트폰을 주지 말거나 줬다면 같이 봐야 한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앱을 지우고 다시 깔았지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와서 확인하고, 메인보드를 바꾸고, 기판을 바꾸고, 또다시 와서 확인하고, 다른 사람이 와서 구경만 하고 가고, 무엇을 하든 15시 28분에 켜지는 지를 확인했어야 하므로 기사님이 방문하고 간 다음에 결과를 문자로 보고하고 다시 조치를 받고 하느라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버렸습니다. 고쳐지지 않은 상태로.
결국, 토요일에 퇴근할 때 코드를 뽑고 퇴근해야 하는 수고를 계속 감수해야 했지요.
제가 없을 때 켜지면 안 되니까요.
처음에 오셨던 기사님이 코로나 치료가 다 끝나고 연락이 왔습니다. 본사 직원과 함께 오겠다고.
어제 오셨습니다. 본사 직원이라는 분은 연배가 꽤 있어 보였습니다. 소위 상고참?
리모컨을 달라고 하더니 후배 기사에게 설명을 하며 리모컨으로 이것저것 한참을 하더니
"스마트씽스로 다시 에어컨을 잡아보세요. 아마 예전에 잡혀 있던 에어컨은 없어졌을 테니"
정말 사라졌습니다. 다시 잡았죠.
그리고 오늘. 15시 28분. 긴장감 속에서 에어컨을 지켜봤는데,
켜지지 않았습니다. 빰빠라밤 빰빰. 얼마나 기쁘던지.
기사님께 문자 했죠. 켜지지 않았다고.
큰 건만 말씀드린 것이고, 에어컨을 비롯하여 기사가 고치러 와서 쓸데없는 것만 바꾼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의사 사용설명서를 알려준다 해놓고 전자기기 얘기만 하니 좀 이상하죠?^^
모든 전자기기나 자동차 등이 고장 났을 때 어떤 기사를 만나느냐가 중요합니다.
잘못 만나면 고치지 못하거나 괜한 수리비를 덤터기 쓸 수가 있죠.
이것은, 모든 전문가 집단에 해당되는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잘못을 하면 안 되겠지만, 살다 보면 송사에 휘말릴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이때는 어떤 변호사, 검사,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눈에 겉다래끼가 났습니다.
안과에 갔더니 세극등 검사, 굴절검사, 시력검사, 안압검사, 망막검사를 합니다. 이상 없다며 다래끼 치료 약을 처방합니다.(네이버 지식인에 질문으로 올라온 내용입니다. 다래끼 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진료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며)
복용약으로 소염진통제, 소화제, 스테로이드제, 항생제. 이렇게 네 가지나 되고, 안연고가 처방되어 있습니다.
또 다래끼가 났습니다.
다른 안과에 갔더니, 세극등 검사만 하고 다래끼 치료 약을 처방합니다.
복용약은 항생제 달랑 한 개. 안연고 하나가 전부입니다.
물론 너무 심할땐, 소염진통제 줄수 있고, 소염진통제와 항생제가 위에 지장을 줄수 있으니 위장약 줄수 있습니다만 스테로이드는 글쎄요.
눈이 빨개져서 안과에 갔습니다.
결막 출혈이라며 주사를 놔주고 먹는 약과 안약을 처방해줬습니다.
매일 내원하라고 하여 일주일간 매일 가서 주사를 맞았습니다.
또 눈이 빨개져서 다른 안과에 갔습니다.
결막 출혈이라며, 만지지 않고 기다리면 저절로 좋아진다며 안약만 하나 처방해주고 올 필요 없다고 하네요.
눈이 피로하여 안과에 갔습니다.
세극등 검사와 안압 검사와 망막 검사를 하더니
"정상 안압 녹내장이네요. 녹내장은 증상도 없이 모르고 있다가 실명하는 병인데 초기에 발견해서 다행이네요. 내가 평생 실명하지 않게 해 줄게 열심히 치료받으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모르고 있다가 실명할 뻔했는데 명의를 만나서 시력을 지킬 수 있게 되었네요"
매달 병원에 다니며 안압 조절 안약을 타다가 몇 년을 넣던 분께서,
어느 날 안약을 다 써서 병원에 갔는데, 하필 병원이 휴가로 문을 닫았네요.
하루라도 넣지 않으면 불안하기에 다른 안과에 갔습니다.
세극등 검사, 안압 검사, 망막 검사, 눈 시티 검사, 시야검사를 해보더니
"이거 녹내장 아닌데요? 넣지 않아도 될 안약을 넣으셨어요"
환자는 황당했습니다. 그동안 몇 년을 녹내장 치료를 받았는데 아니라니.
'이런 돌팔이가 있나. 검사만 잔뜩 하고 진료비만 많이 받아먹고 환자가 실명하는 병을 찾아내지도 못하네'라고 속으로 생각한 환자는, 안약도 받지 못하고 잔뜩 속이 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와서
안약을 받기 위해 다른 안과에 갔습니다.
가서 오늘 간 안과에 욕을 하며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녹내장 안약을 달라고 했지요.
"두 군데 말이 다르니 오늘 가신 곳에 가셔서 검사 결과지를 달라고 해서 가져오시면 좋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다시 검사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괜한 비용을 더 들이게 되시니까요"
그 병원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또 그 많은 진료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사 결과지를 본 안과 의사는 "녹내장 아닙니다. 정상이에요"
이런.
조기 발견이라며 시력을 평생 지켜주겠다는 그 의사는 육안적인 소견만으로 녹내장 진단을 내려놓고,
정상인 분에게 녹내장 안약을 처방했던 것입니다.
정상이니, 평생 실명할 일은 없었던 분인 거죠.
이분은 지금도 명의 소리를 들으며 많은 녹내장 환자를 치료하고 계십니다.
물론 그중에는 진짜 녹내장 환자도 있죠.
하지만, 육안적으로 본 시신경 모양만으로 녹내장을 확진하는 것은 의사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됩니다.
검사를 너무 적게 하는 것도, 과잉 검사를 하는 것도 문제죠.
의사의 양심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몇 가지 예만 말씀드렸는데, 이보다 더 한 일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거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러한 의사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도 운이니 운에 맡겨야 할까요?
건강을 운에 맡기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니 무슨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사실 저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ㅠㅠ.
우리나라의 모든 의사에 대해 다 조사해볼 수도 없고, 조사한다고 하여 본심을 알 수 없고,
실력이 있는 의사라 할지라도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그렇다고 하라는 검사를 거절할 수도 없으니.
더군다나, 의사라고 하여 모든 병을 다 알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인지라 실수도 합니다.
모르거나 실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양심 있고 실력 있는 의사를 만나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정답은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의 설명서를 적어보겠습니다.
상황에 따라 이 설명서는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모든 설명서에는 이런 비슷한 것이 쓰여있죠)
1. 병원에 가기 전에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기록합니다.
하루 중 언제, 한번 나타나면 얼마나 지속되는지, 어느 부위에 증상이 나타나는지, 얼마에 한 번씩 반복되어 나타나는지(며칠 간격, 혹은 매일 몇 시각 간격, 등), 어떤 증상인지(통증을 예로 들면, 누르는, 쑤시는, 찌르는, 퍼지는 등등)에 대해 자세히 기록해야 합니다.
2. 좋은 병원을 찾는 방법 : 가장 좋은 방법은 아는 의사가 있다면 물어보는 것이죠. 물론 그 의사가 모든 의사를 알고 있지는 않지만 한두 다리 건너면 그래도 가장 나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큰 병원이면 다 좋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큰 병원에 가야 할 질환과 작은 의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으로 더 유리합니다.
의원 급에서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한 병인데 대학병원만을 찾는 분들이 이외로 많습니다.
응급 상황이 아니고, 동네 의원의 문이 열려있을 시간이라면 동네의원을 먼저 가는 것이 좋습니다.
검색 사이트에 보시면 그 병원에 대한 평가가 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다 믿어서는 안 되지만 참조는 할 수 있겠죠.
3. 검색 사이트에 질문을 해봅니다. 증상에 대해 자세히 써야죠.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세요. 어느 병원이 좋은지는 물어봐도 의사는 답을 해줄 수가 없으니 의미가 없습니다.
직접 진료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는 답이라 정답은 아니지만, 참조는 할 수 있습니다.
4. 좋은 의사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방법.
친절하다고 모두 좋은 의사이거나 퉁명스럽다고 모두 나쁜 의사는 아닙니다.
물론 친절하고 양심 있고 실력까지 있다면 참 좋겠지만.
친절하게 하면서 과잉 진료하는 사람도 있고, 불친절한 데다 과잉진료까지 하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친절한 것이 좋은 의사를 판별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은 될 수 없습니다.
적절한 검사로 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제대로 치료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죠.
앞에서 예를 들었지만, 단순히 다래끼로 갔는데 온갖 검사를 다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물론 이왕 간 김에 다 검사받았다고 생각하면 뭐 나쁠 것도 없지만...
만약, 어떤 의사가 "이런 이런 증상이 있으니 이 검사 저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라고 정확한 설명을 한다면,
좋은 의사입니다.
검사 후에 자세한 설명을 해주면 좋은 의사입니다.
본인의 실력이나 본인 병원의 시설로 해결할 수 없다며 다른 병원을 추천해준다면 좋은 의사입니다.
(물론, 단순히 떠넘기는 의사도 있을 수 있지만, 드뭅니다)
5. 이것저것 다 해도 좋은 의사, 좋은 병원을 만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 부분이 참 안타깝습니다.
모든 의사가 다 좋다면 이런 고민도 할 필요 없고, 이런 설명서도 쓸 필요 없을 텐데.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리 가벼운 질환이라도 다른 병원도 가보는 것입니다.
앞에서 전자기기에 대한 말씀을 드렸듯이,
전문가라고 하여 다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여러 전문가를 만나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임플란트를 하면서 일 년을 고생했습니다.
처음에는 가까운 곳에 있는 아는 분에게 갔다가 제대로 안되어서, 사는 동네 치과에 갔다가 고생만 하고, 세 번째 간 치과에서 잘 치료받았습니다.
6. 어떤 의사를 만나든, 그 의사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한 후에, 그 의사가 하는 말을 집중하여 들어야만 합니다.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치료를 받으러 왔으면서도 의사 말은 듣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확한 설명을 하면, 의사도 환자를 쉽게 대하지 못합니다.
집중해서 들으면 한마디라도 더 해주고 싶어 집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죠.
우스갯소리 같지만, 옆 집 사람 말을 더 잘 듣는 분들이 있어요.
들은 연후에 해소되지 않은 의문에 대해서는 꼬치꼬치 캐물어야 합니다.
물론, 질환과 관련되지 않은 질문은 하지 않아야죠.
만약 같은 질환으로 두 번째 방문하게 된다면,
처방받은 약을 먹고 난 후의 증상에 대해 잘 기록해두었다가 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먹고 얼마 후에 증상이 좋아졌고 얼마나 좋아졌는지,
어떤 증상은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었는지.
언제 다시 증상이 시작되었는지. 등등.
이것만으로도 의사를 잘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잘 나으면 나오면서 한 말씀하셔야죠.
"제가 이 병원 선전 많이 해요"
안 하더라도 말입니다.^^
첨) "너 안 보고 엄마 눈 보러 왔어"
네 살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가 대기실에서 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아무리 달래도 계속 웁니다.
엄마 말을 믿지 못하는 거죠.
진료실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이런 경우에 참지 못합니다.
다래끼 하나 치료하자고 아이가 엄마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을 말입니다.
엄마에게 설명했죠. 아이의 신뢰를 잃을 수 있는 말씀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요.
"아이가 엄마를 믿게 하기 위해서 엄마 눈을 먼저 봐야겠습니다"라고 말했더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셨는지 의아한 표정을 잠시 짓다가(본인은 진료 보러 온 것이 아니었으니까)
"아, 네. 고맙습니다." 하고 진료에 응하시더라고요. 물론 이 진료는 공짜입니다. 시늉만 한 것이니까요.
대기실에서 울었던 아이는 엄마 진료를 보는 동안 울지 않고 있었습니다.
진짜로 엄마가 진료를 보거든요. 자기는 진료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하고 있었을 수도요.
하지만, 아이를 진료해야만 합니다.
엄마 눈을 보면서 아이에게 말했죠.
"엄마 봤으니까 엄마 본 다음에 너도 볼 거야. 알았지?"
엄마가 아프다고 하지 않고 편하게 진료 보는 것을 봐서인지 울었던 아이답지 않게 씩씩하게 "네"하더라고요.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앉고,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몇 살이야?"
"네 살"
"세 살은 치료받을 때 울어서 주사 맞는데, 네 살은 울지도 않고 말도 잘 들으니까 주사를 안 맞지.
네 살이니까 주사 안 맞아도 되겠네"(저는 정말 주사를 주지 않습니다. 어른도요. 주사 없이도 다래끼 잘 낫습니다.)
결국 아이는 저에게 설득되어서 다래끼 난 곳에 연고를 발라줄 때 아픈데도, 너무 잘 참았습니다.
사실 어른도 아프다고 몸서리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느낌이 좋지 않거든요.
주사를 맞지 않아야 한다는, 네 살이니까 주사를 맞지 않을 것이라는 일념으로 참은 것이죠.
금방 드러날 이런 거짓말을 하는 부모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아무리 아이 치료가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부모와 아이의 신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울고 불고 하는 아이에게 병원에 안 간다고 거짓말하는 부모들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