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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Aug 30. 2022

혼자 놀 수밖에 없이 타고난 자.  코로나에 무 타격

보글보글 매거진 '나 만의 혼자 놀기 비법'

1965년 음력 1월 16일.

정월 대보름만 넘기고 나왔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소망을 듣고

버티고 버티다가 세상에 나온 이후로 지금까지,

혼자였던 시간이

58년간 알았던 모든 사람들 중에서 제가 가장 많았다고 할 정도이기에

혼자 노는 것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비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혼자 잘 있어요.^^

굳이 비법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환경을 가진 집에 태어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초. 중. 고. 대를 태어난 지역에서 나왔고, 한 동네에서 27년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ㅇㅇ친구도 없고,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만나는 학창 시절 친구도 없습니다.

친인척을 제외하고 가끔 만나는 사람들은 대학교 때 저절로 가입되어졌던 동아리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전부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 년 365일 중에, 타인과 만나 식사를 하거나 조금의 시간이라도 같이 지내는 날은

기껏해야 20일이 안됩니다.

자식 셋 중, 둘은 분가했고 한 명은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오니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는 것이죠.

이쯤 되면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인지,

코로나는 저에게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됨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상황을 코로나가 해결해주었죠.


이쯤 되면 성격 파탄자이거나 은둔형 인간이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노는 것 좋아하고,

온갖 잡기에 나름 일가견이 있으며,

모임을 할 경우에는 분위기 메이커라 할 정도로 주도적으로 활동합니다.


그 많은 시간을 도대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때

하교 후에는 집에 곧장 와서 숙제하면서 가게를 지켰습니다.

멍하니 앉아있기도 하고, 쌀을 한 줌 들고 배치해놓은 그릇들에 던져 넣으며 야구 놀이도 하고,

좁은 통로의 벽을 타고 천장까지 올라가 한참을 있기도 했고,

아주 작은 다락방(세 들어 사는 가게에 딸린 방 위에 약 넓이 두 평, 높이 1미터 정도의 다락방이 있었습니다.)에서 뒹굴거리며 벽과 놀기도 했습니다.

1남 3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외롭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좋게 말하면,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인생이었다고 할까요.


그래도 대학교 때는 여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 외에는 거의 붙어 지냈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지요.

지금도 그 여자 친구와 둘이 집에서 붙어 지냅니다.

대학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열정이 많이 사라져 버렸고, 설령 열정이 일어나더라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저 각자의 일을 하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안마기에 몸을 넣어놓고 있지요.

매일 반복됩니다.


이거 뭐 비법을 말씀드려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습니다.

그냥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든 안 하든 외롭거나 무료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비법인 듯합니다.

아마 무인도에서 살아라고 해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먹고 마실 것과 티브이만 있다면.

설령 티브이가 없더라도.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제가 참 좋아했던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부르며 혼자 아무도 몰래 우는 날도 많았었지요.

그렇게 내공이 쌓이다 보니,

혼자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더라도,

힘들다. 외롭다. 심심하다.라는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비법입니다.

그냥 그 상황을 즐기는 거죠.


그래도 몇 년 전부터 기타를 배우고 있고,

작년부터 낚시를 시작하여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주말에 낚시하러 가고 있다는 것이

제 긴 인생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입니다.

혼자 놀기에 낚시만 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로운 작가님의 글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보글보글과 함께하고픈 재미난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제안해주세요.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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