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우리 집 청소를 책임져주고 계시는 이모님이 계십니다. 정신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지다 보니 청소기 한번 미는 것도 힘든 일이 되면서 큰 맘먹고 모시게 되었죠.
이모님은 이틀에 한 번꼴로 일을 해주십니다. 처음에는 대신 청소해주시는 것만도 감사했죠.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고마운 마음은 작아지고 슬렁슬렁 놓치고 간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크고 작은 실수도 잦으셨죠. 한마디 할까 고민했지만 괜한 짓 한다 싶어 접었더랬습니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모님이 청소하는걸 유심히 지켜보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때마다 울화통이 치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왜 일을 저렇게밖에 못하는 거야? 들인 돈이 얼만데?'
'일부러 저러는 거야?'
'아... 진짜! 너무하네~~~~!'
참다못한 어느 날. 현관 앞에서 같은 자리만 몇 분째 닦고 계시는 이모님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왜!!!! 잘하다가 꼭 한 번씩 그러시더라~?"
이모님은 한참을 넋 놓은 사람처럼 그러시더니 급기야 거실에서 현관으로 내려가는 그 작은 턱에 발을 헛디뎌 고꾸라지기까지 하셨습니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는지, 괜찮으신지 물어볼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 저는 이모님을 끌어다 마루 위에 앉혀놓고 호통을 쳤지요.
"오늘은 일 그만하고 집으로 가셔요! 집으로 못 찾아가셔도 모셔다 드리지 않을 거예요. 배터리가 방전이 되든 말든 알아서 가셔요!"
전, 혼자서 이러고 놉니다.
각종 기계에 인격을 부여해 칭찬, 호통, 격려, 질책을 하지요.
또는 저에게 말을 겁니다.
"어머~ 어쩜 넌 이런 것도 다 할 줄 아니?"
"으이그.... 내 이럴 줄 알았다. 매사 이모양이지~"
"보자 보자 보자~~ 오늘은 뭘 하면서 놀아보나~~~ 아이디어 있으면 얘기 좀 해봐라~~~~"
즉, 혼자 재미있게 노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어쩌면 혼자 있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온갖 것에 인격을 부여해 이야기 나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면의 나에 집중하며 명상을 한다거나 혼자 영화보기, 여행하기, 악기 연주하기 등을 생각해본 적도 없네요. 책 읽고 글 쓰는 것이 큰 즐거움이요 흥겨운 놀이임은 확실하지만 브런치에 있는 수많은 작가들도 하는 놀이를 저만의 비법이라고 소개할 수도 없고...
"뭘 보니? 글 쓰는 사람 첨 보니?"
고요한 집, 홀로 글을 쓰는 지금... 식탁 위에 놓인 탁상용 선풍기가 절 빤히 쳐다봅니다.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보글보글과 함께하고픈 재미난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제안해주세요.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