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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Feb 28. 2023

사는 동안 벗어날 수 없는 스트레스

[보글보글 매거진] 글놀이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텐데

주는 사람이 도처에 깔려 있어 저절로 받아지는 스트레스.

온갖 방법으로 애쓰고 내보내도

수많은 상황 속에서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다시 파고드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방법은 딱 하나.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것인데,

이미 태어났으니 받을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나는 것인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남은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큰 스트레스를 안기는 아주 이기적인 것이기에

좋은 방법이 아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에 떠나야 한다. 물론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미 자살한 사람들에게 무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이라고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 리 없으니까.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가 그들을 삼켜버렸을 테니까.

어찌 보면 그들도 스트레스의 희생양이다.


스트레스에게 희생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야만 하는 이상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원한 숙제가 아닌가 싶다.


각양각색의 방법이 생산되고 있고,

수많은 심리 치료 방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을 다 스트레스로부터 건져내지는 못한다.

설령 건져낸다고 할지라도 다시 빠지는 것은 순식간이니

항상 스트레스라는 늪 바로 옆을 눈 가리고 걷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늪 근처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분들은 피해 있는 동안은 괜찮겠지만,

세상으로 나와 사람들과 섞여 살게 되면 다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분들의 조언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이 분들의 조언은,

마치 결혼 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이 결혼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과 같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어떠한 조언도 의미가 없다.


우리는 그저,

인생의 종착역까지 이 늪에 빠지지 않고 잘 버텨야만 한다.


태어나서부터 청소년기까지도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상황은 분명히 많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를 괴롭히는 스트레스가 없었다.

지금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나쁜 상황들이 많았음에도 왜 없었을까?


수용.

가난하니까 당연하다는, 부모님께서 힘들어하시니 나라도 씩씩해야 한다는,

학교에서 선생님께 매를 맞거나 집에서 부모님께 야단을 맞아도

억울해하거나 속상해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였던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일이 생겼을 때,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면 아무 일 없는 것이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잠이 안 올 법 한데, 잘 잤었다.


머리가 크고 세상을 알게 되면서,

그냥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발을 하게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치열하게 살면서

더욱더 수용의 폭이 좁아졌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렸을 때처럼 자려고 누우면 생각이 꼬리를 물어 더 힘들어졌다.


이것은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쌓였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담배보다 더 나쁘다. 알고 있음에도

주는 사람이 있으니 받지 않을 수는 없고,

자꾸 받으면 쌓아질 수밖에 없다.


세상에 섞여 살면서 스트레스의 지배를 받지 않는 방법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이건 거의 불가능하다)

쌓지 않는 것이다.

계속 오는데 쌓아지지 않을 리가 없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나를 이기기 직전에 스트레스로부터 도망을 가야만 한다.

방법은,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스트레스를 강하게 주는 존재는 가족이 아닌가 싶다.

같은 스트레스라도 가족이 주는 스트레스는 더 강하고 깊게 파고든다.

더 이해하고, 더 수용해야 하는 관계가 가족인데 왜 그럴까.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가정인데,

이곳에서마저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가족의 일원인 나는,

다른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의 본연의 모습을 지키려면,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모든 가족이 대동단결하여 지켜내야만 가능하다.

단 한 명에 의해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만 한다.

나부터. 지금부터라도.


그저 가끔,

사람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이 내가 스트레스를 이기는 방법이다.

쌓지 않기 위해서.

수용은 그릇이 작아져서인지 잘 안되니...


일제 시대에 살았던 분들에 비하면

내가 당하는 스트레스는 아무 것도 아니니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사치구나.


로운 작가님의

https://brunch.co.kr/@psa0508/807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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