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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Feb 27. 2023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엄마는 뭘 하고 싶어?

보글보글 2월 마지막 주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아이가 가끔 물었다.


"엄마~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엄마는 뭘 하고 싶어?"

"음... 그냥 집에 있을 것 같아."

"왜?"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데 딱히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에이~ 그래도 하고 싶은 건 있을 거 아냐...?"


'하고 싶은 것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산 적이 없어서?'도 아니다. 어쩌면 뭘 하고 싶은지 몰라서 인 것 같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돌려가며 사는 두 사람과 '너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이 한 집에 살고 있다. 나는, 나와 다른 두 사람의 지극한 '자기애'가 부럽다. 남을 배려하다 '나를 미처 돌아보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나 보다 '훨씬 더 지혜롭다' 여겨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를 중심으로' 사는 그들이 이기적으로 비칠 때도 있지만 적어도 그들은 '스스로를 상처 내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큰 적은 '나'일지도 모른다.


나는 스트레스에도 매우 취약하다. 특히 외적 요소로 인한 스트레스(즉,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해결해야 하거나, 억울한데 내 입장을 설명하기 구차한 상황에 놓였을 때, 큰소리로 다그치듯 몰아세울 때와 같은) 상황에 놓으면 온몸이 경직되곤 한다. 일에 관한 문제해결능력은 뛰어난 편이지만, 사적관계(즉, 아이를 키우면서 맺은 관계, 가족 안에서 빚어지는 갈등)에 대해서는 문제해결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거의 대부분 일방 당하고 일방 사과하는 것으로 맺어질 때가 많다.


"너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해결해?"


함께 강의를 하는 동료들이 가끔 묻는다. 거듭 생각을 해 봐도 딱히 '스트레스 관리'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거의 대부분은 '나의 스트레스'에 민감하지 못하여 그냥 지나치게 된다. 갈등 상황에 놓이면 당황하고, 억울하고, 슬프고, 화가 나는 감정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서 꾹꾹 눌러 참는다. 문제는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몸에 이상 신호가 온다는 거다. 이유 없이 아프고, 통증이 시작되면 그제야 발란스가 깨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노력으로 바꾸기 어려운 '겁 많은 내면 아이'가 내 안에 있다.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 대상이 사람이 되면 나는 여전히 상대에게 맞서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을 넘기기 위해 또다시 침묵할 것이고, 저절로 그들이 깨닫고 내게 사과하거나 우야무야 넘어가게 될 그날까지 기다리게 될 것이다. 맞서 쏟아내도 속이 시원해지지 않을 거고, 오히려 그 순간 참지 못한 나를 책망할 것이 뻔하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달라지고 싶다."

'나의 건강 상태'에 둔감하면 건강한 노후를 맞을 수 없다. 그래서 한 선택은,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관계', '편하게 밥 먹을 수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하는 것이다. 만남이 기대가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면 아이를 단단하게 성장시키고, 어려움과 맞설 용기를 키우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가 어렵게 느끼는 관계'에서도 허리를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이 아플 때에는 가시적 성과가 높은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것 중 눈에 보이는 성과(베이킹, 수공예, 자격증 취득)가 나는 일은 만족감이 크다. 몇 년 동안은 거의 매일 또는 주 2~3회 빵을 구웠고, 최근에는 주로 뜨개질을 했다. 완성된 결과물을 주변 지인들과 나눌 때 그들이 내게 주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나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점차 시들해지고 요즘은 '만화책 읽기'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중이다. 생각이 많아져 실타래처럼 엉켜 들면 만화책(웹툰)을 읽는다. 만화책을 선택 한 이유는 금방 읽고 재미있어서이다. 소설 또는 에세이 등을 읽으면 생각이 더해지지만, 만화책은 생각이 덜어진다. 그러고 보니 편안할 때도 글을 읽고, 불안할 때도 글을 읽게 되는 것 같다. 오롯이 글 속에서 유영하게 되는 그 순간이 좋아서 인가보다.


5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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