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작세 Apr 05. 2021

선택

누구나 잉태될 때부터 선택을 해야만 한다.


수많은 정자들 중에서 난자는 아주 특별한 경우(완벽하게 동시에 도착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나의 정자만을 선택하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 난자에게 선택의 권리는 없다.

가장 빨리 도착한 정자에게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자가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

분명 선택은 난자가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자는 선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간다.

정자의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크게 나누면 두 종류뿐이다.

둘 중 어느 것이 선택되느냐에 따라 남녀가 결정된다.


어찌 보면 인생에서 결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것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남녀로 갈라지듯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우리는 경험해왔다.

태어나서 자의로 선택해야 하는 것 중 가장 흔한 것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이다.

아무리 재미로 물어본다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처하다.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정도의 나이라면 느낀 대로 답하면 되지만,

서너 살만 되어도 눈치가 빤하므로 어떤 답을 내놓아도 한쪽은 만족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분명 더 좋은 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종합해서

'둘 다 좋아'라고 대답하면, 

'그래도 그중에서 누가 더 좋아'라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질문에 직면한다.

혹시 이제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부모가 있다면,

제발 이런 질문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질문입니다.


수많은 선택을 해왔지만,

가장 중요한 선택을 두 가지만 꼽으라면,

직업과 배우자에 대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문과냐 이과냐이다.

요즘에는 적성검사를 해서 선택에 도움을 주지만,

예전에는 수학이나 과학을 잘하면 이과, 못하면 문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많았다.

고 1때 적성검사를 했었다. 

난 예체능계가 나왔다.

지금보다 정확하지 않았을 것이기도 하지만 반 아이들 상당수가 예체능계였다.

나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되라고 하셨고 항상 적었었던 희망 직업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기에

'뭐 이런 검사가 다 있어'하고 찢어버렸었다.

다 커서 아버지가 되라고 하신 것을 30년 동안 해본 결과,

내 적성은 예능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너무 재미도 없고, 자꾸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어느 자리에서나 사람들 웃겨주고 헛소리 하고 대화하는 것(내 직업과 연관된 대화가 아닌)은 재미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취업을 하려면?'이라는 질문으로 문과적 적성임에도 이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다. 먹고사는 게 중요한 문제이므로.

신중하게 선택하고, 일단 선택을 했으면 최선을 다해 보기를 바랄 뿐.


어찌 보면 직업보다 더 중요한 선택이 배우자이다.

독신주의는 이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됨으로 제외하고 결혼을 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 선택은 단순히 배우자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 알다시피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다.

내 배우자가 될 사람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배우자의 부모일 수도 있다.

배우자의 부모가 어떠한 사람이냐에 따라 결혼 생활의 희비가 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꼭 배우자와 배우자의 부모 모두를 고려하기 바랍니다.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부모를 잘 만난 경우는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고,

한쪽 부모라도 잘 만난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른 쪽 부모에 의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항상 가지고 있으므로 현명한 처신이 필요하고,

양가 부모를 잘못 만난 사람은 쉽지 않겠지만 더욱더 지혜롭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습니다.(제 기준에 의함)

하지만, 부모에 의해 행복하고 평탄한 결혼 생활이 방해받는다면

정중하게 둘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을 드리고,

요청을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아 힘이 든다면,

과감히 부부라는 울타리를 강하고 견고하게 쳐서 아무리 부모라 하더라도 결코 넘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부부가 절대적으로 같은 생각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제 기준에 의함)


나도 앞으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설 것이다.

항상 정답 길을 선택할 수만은 없다.

게다가 같은 삶을 두 번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먼저는 선택을 하기 전에 충분한 고민을 하고 도움이 될만한 사람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

선택을 했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

어떠한 결과에 다다르든지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라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래야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

"오늘 한 이 선택의 결과는 당장 알 수 없고, 후회 또한 따라오겠지만 후회에 얽매여 현재를 옭아매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공감의 기술님이 예전에 쓰신 글에 있는 내용이다.

적극 동의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음으로, 그 길도 거의 같이 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을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대문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bjsff/222105626624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