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당할 때까지는 스토킹 할 사람인지 전혀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안녕하세요. 저는 20여 년 전에 선생님께 도움을 받은 사람인데, 페이스북에서 선생님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왔어요"
단아한 옷차림에 다정한 미소와 상냥한 목소리를 가진 누가 봐도 요조숙녀인 여성이 꽃다발과 과일 바구니를 들고 내가 일하는 곳을 찾아왔다.
1990년 당시 나는 26살이었고 이 여성은 24살이었다.
일주일 동안 실습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전혀 기억이 없는데...
"사소한 도움을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바빠서 더 이상 얘기를 하지 못했다.
나는 집에 가서 아내에게 이렇게 좋은 사람도 있더라고 얘기를 해주었다.
며칠 후 또 찾아왔다.
잠깐 시간이 있어서 내가 일하는 곳 공개된 장소에서 10여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나로부터 무슨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했고 퇴근 후에 따로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다 했다.
나는 아주 친한 대학 후배들을 비롯하여 그 어느 누구와도 여성과는 단 둘이 만나는 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했다.
"너무 고마워서 그러니 여자라 생각하지 말고 만나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요. 저는 단 둘이는 만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아내 분도 함께 만나면 되지요"
아내는 이 여성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단지 나와 만나기 위해 아내를 끌어들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히 안되지요. 그럴 이유도 없고요"
다행히 내 말을 이해했는지 더 이상 요구하지 않고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이 말이 나를 스토킹 하겠다는 선전포고임을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며칠 후 또 찾아왔다.
나는 만나지 않겠다는 것을 직원을 통해서 전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 말을 들으면 바로 뒤돌아가야 정상이다.
그런데 가지도 않고 더 이상 직원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어 시간을 앉아 있다가 갔다.
며칠 후에 또 와서는 직원이 말림에도 불구하고 진료실로 들어오려 했고
나는 깜짝 놀라서 진료실 문을 세게 쾅 닫아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체 두어 시간을 앉아 있다가 갔다.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러한 행위는 며칠마다 반복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끝내고 주차해놓은 곳(주차장이 따로 없으므로 건너편 상가들이 있는 이면 도로 주차 가능한 곳에 세워 놓고 출퇴근하였다)으로 가서 차를 탔는데 기겁할 일이 벌어졌다.
# 대문 이미지 출처 : https://ibslaw.tistory.com/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