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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Feb 04. 2021

아직은 살 만한 세상입니다

뜻밖의 선물

요즘은 오지랖 넓은 사람이 그리워질 만큼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이웃 간에 서로 인사도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으며,

아파트에서는 더더욱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기껏해야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날 때 목 인사하는 정도이니...


어제 퇴근했더니 아내가 비닐봉지 하나를 나에게 주면서

"누가 보냈는지 한 번 봐봐"라고 했습니다.

어제 문고리에 봉투가 하나 걸려 있었답니다.

안에는 마스크와 종량제 봉투 같은 것과 편지처럼 보이는 종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마스크 두 장. 중량에 봉투 네 장.


열어보기 전에 생각을 해보았지요.

누가 걸어놓았을까? 보험회사 영업하시는 분인가? 이단 교회에서 전도 목적으로 걸어놓았나?

개업 인사를 하는 것일까?

나름 정답을 맞혀보려고 했지만, 

봉투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곳에서 준 것이더라구요.

마스크 한 장만 줬어도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했을 것 같습니다.

한 장은 정이 없으니 두 장 넣고, 마스크만 주자니 좀 그래서 종량제 봉투를 넣고,

마스크 두 장 넣었으니 봉투는 네 장 넣고.

그런 후에 편지지를 도안하고 편지를 쓰고 글자에 색을 입히고.

위아래 층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한 곳도 많고,

이사 온 집도 많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한 곳에서 20년을 살고 있고, 이번에 목욕탕 고친 것 빼고는 인테리어를 새로 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제가 인테리어를 했다면 이분처럼 했을까요?

아마 안 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선물을 이런 분이 보낸 것인지를 전혀 상상도 못 했으니까요.

제 머릿속에도 전혀 그러한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겠지요.

각박해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 세상에 대해 말한 제가 바로 세상을 각박하게 만들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신선한 충격이었고,

아직은 된사람 냄새를 풍기는 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보자마자 브런치 작가님들께 보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거 브런치 폐인 다 되었네요. 브런치에 가입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진 찍었습니다.


저분 이사 오면,

저도 꼭 선물을 줄 것입니다.

제가 느꼈던 것을 최소한 배로 돌려드리는 것이 사람의 도리일 테니까요.


* 대문 사진 : 제 큰 아들(현재 31살) 어릴 때 사진입니다. 

전혀 몰랐었는데, 제 큰 아들이 손하트 창시자네요^^.

사진에서 우연히 발견하였습니다. 

손하트 의도는 없었을 텐데 정확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살만한 세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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