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은 자기를 죽이는 죄
다른 어떤 것보다 '자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자책은 단순히 행복을 방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칫 자신을 죽이는 살인 무기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욕심, 고민, 비교도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들이지만,
자책에 비하면 정도가 약한 편입니다.
자책은 반성과는 전혀 다릅니다.
잘못한 것을 뉘우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반복해서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반성이고,
자책은 이 단계를 넘어서 자신을 나무라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되고,
의기소침해지거나 자존감을 잃어버리거나 더 나아가 우울증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자책은 주로 착하고 마음이 연약한 사람들이 합니다.
아주 나쁜 사람, 악인들은 자책하지 않습니다.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해놓고도 아주 뻔뻔합니다.
조카나 양자를 학대해서 죽게 만든 사람이나, 학폭을 자행하는 사람이나, 이해할 수 없는 갑질을 해대는 사람이나, 사기나 강도 짓을 해대는 사람들은 자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를 것입니다.
왜 착한 사람이 더 힘들어야만 하는지요.
사람은 원래 악한 존재입니다.
착해지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다가 죽는 존재입니다.
착해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악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고,
착해지는 것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는 악한 사람은 아주 악한 사람입니다.
내가 잠깐 잘못을 했다고 이것을 빌미로 자신을 괴롭혀서는 절대 안 됩니다.
나도 잘못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지속적으로 고의적인 잘못을 하는 사람은 자책하지 않습니다.
자책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일시적으로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입니다.
아주 잠깐 자책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아니, 될 수 있으면 이마저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녀가 자책하고 있는 모습을 본 부모는 가슴이 미어터질 것입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자책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잘못 자체를 하지 않으면 가장 좋지요.
하지만, 인간은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잘못을 최대한 줄여가면서 살아갈 뿐입니다.
가장 마음 아픈 사건 중의 하나인 세월호 침몰.
이때도 자책한 사람은, 선장도 선원도 구조를 책임졌던 사람들도 아니었습니다.
너무도 안타깝게도 자녀가 세명이나 있는 단원고 교감선생님께서 자신이 수학여행을 추진해서 그러한 일이 벌어졌다고 모두에게 미안하다면서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참 좋은 교감선생님이셨다고 합니다.
참 좋은 분이 자책을 할 때 누군가가 아니, 모든 사람들이
'선생님 책임 절대 아니에요. 선생님은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라고 적극적으로 위로했다면
아까운 분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위로는커녕, 오히려 '왜 너만 살아왔느냐'라고 다그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선생님은 전혀 잘못이 없습니다.
지금 조금이라도 자책하는 마음이 있습니까?
그러지 마십시오.
자신을 죽이는 악한 행위입니다.
옆에 자책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손 잡아 주고, 안아 주고, 다독여 주고, 자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잘못한 것이 있다면 깔끔하게 사과하십시오.
진심으로 사과를 했는데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사람 책임입니다.
이미 공은 넘겼으므로 결코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래도 잘못은 내가 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시나요?
맞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과를 한 순간 내 잘못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사람 죽여 놓고도 미안하다고 하면 다냐'라고 말하고 싶으신가요?
완전한 실수가 아닌, 고의로 사람을 죽인 사람은 결코 미안하다는 말 하지 않습니다.
미안하다고 말하더라도 그것은 진심이 아닙니다.
만약 실수로 사람을 죽였고,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면,
예, 다입니다. 그에 대한 벌도 달게 받을 것이니까요. 이것으로 책임은 충분히 진 것입니다.
그러하니,
다른 소소한 잘못은 더욱더 자책 꺼리가 되지 못합니다.
자책할 시간에, 나에게 해를 입은 사람에게 가서 잘해 주십시오.
그 사람이 나를 거절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 책임이니 내버려 두고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우며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가능하면 짧게 쓰려고 하는데 글이 길어졌네요.
읽으시느라 눈 피곤하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특히 저처럼 노안이 오신 분들께는 더욱더 죄송합니다.
제 사과를 받아주시는지에 대해 확인할 길이 없기에,
받아 주신 분들께는 미리 감사드리고,
받아주시지 않는 분이 계시다면, 오늘 저녁은 최대한 착하게 지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