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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부부의 결혼 25주년기념 스페인 자유여행기_08

III. Day 3 바르셀로나_03

새벽에 문을 연 카페를 찾아라! 역시 스타벅스 너만은...


오늘은 가우디의 날이다. 오전엔 까사 바트요와 까사 밀라를 보고 구엘공원까지 설명을 듣는 가우디투어를 신청했다. 오디오가이드를 찾아보긴 했는 데, 아내가 시내에서 약간 거리가 있는 구엘공원까지 갔다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가는 버스편을 제공하는 투어가이드 상품을 발견해서 이를 예약했다. 몰려다니면서 설명을 듣고 다니는 패키지 여행이 거북해서 자유여행을 택했지만, 뭐 예외없는 규칙이란 게 있겠나? 


투어의 시작점인 까사 바트요에서 8시 20분 집합이라는 카톡 안내가 왔다. 그렇다면, 집합장소 근처에서 간단히 커피나 샌드위치로 아침을 하자며 7시에 숙소를 나섰다. 이렇게 번화한 도시에서 간단한 아침을 해결할 커피숍 정도는 널려 있으리라는 예상으로.

예상은 빗나갔다. 아무 데도 안열었다. 새벽 1~2시에야 잠이 드는 도시. 당연하지만, 그러니 시작도 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7시 대에 문 연 카페를 찾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결국 스타벅스. 7시 반에 여는 스타벅스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여행 계획을 짤 때,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곳은 이용하지 말자고 했었는데, 새벽부터 원칙을 두가지나 어긴 셈이다

에이 뭐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원칙도 있었잖아. 

그냥 넘어가자. 


들어서자마자 어김없이 한국사람들이 모여든다. 왜 스타벅스는 한국인에게 인기가 이렇게 많을까? 어제도 스타벅스 몇 군데를 지나갔었는데, 역시나 한국사람들이 많았다. 스타벅스에 대한 사랑의 원천은 정말 무엇일까? 궁금하다. 


그런데, 우리는 굳이 스타벅스를 왜 안가기로 했지? 그렇지 않아도 곳곳에 한국사람 투성이인데, 특히나 스타벅스에는 한국사람이 너무 많다. 그럼, 우리가 이렇게 멀리 떠나 온 것을 못 느낄 것 같아서였다. 서울 한복판의 여느 스타벅스와 같은 인테리어와 메뉴 그리고 사람들마저 한국사람들로 가득하다면, 정말 여기가 서울인지 바르셀로나인지 헷갈릴 것 같아서. 


이게 이유가 되나?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에서 보거나 듣던 방송을 그대로 즐길 수 있지만, 여행 기간 동안은 딱 끊기로 했다. 현실에서 좀 떠나보고 싶어서 이렇게 여행을 떠난 것인데,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을 허용하긴 좀 그렇잖나. 그래, 이건 이유가 된다.


여행을 온 다른 한국사람들도 다 이런 마음일까? 재밌는 것은 서로가 뻔히 한국인인 것을 알면서도 완전히 이방인들처럼 아는 척을 안한다. 이건 마치 서울 어느 한 스타벅스에 들어온 것과 동일하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만난 동포라기 보다.. 그냥 서울 어느 한 스타벅스.. 그러니, 눈을 마주쳐도 (기본적으로 마주치려 하지도 않지만) 눈인사든 안녕하세요? 정도의 아는 척이 없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한국인들이 너무 해외로 많이 여행을 다니게 되면서, 어딜가든 들리는 한국어가 정겨움의 대상이 아닌 ‘아이고, 또 한국사람이야?’라는 느낌을 심어주게 된 것일라나?

배고프다. 주문이나 하자.

아메리카노,  햄치즈샌드위치...

역시 어딜 가도 동일한 맛과 품질! 좋으면서도 서울에 있는 것 같아, 스페인에 있는 동안 가능한 스타벅스는 좀 삼가자하는 다짐으로 길을 나선다.

까사 바트요를 찾아 가는 데, 익히 아는 명품 브랜드숍들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거리의 느낌도깔끔하고 좀 고급스럽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여기가 어디지? 표지판에 Passeig de Gràcia (Pg. de Gràcia, 대충 빠세이그 데 그라시아로 읽어야 하는 것 같은 데, 확실히는 모르겠다.)로 되어 있다. 찾아보니 역시나. 바르셀로나의 명품 거리란다. 자라나 마시모두띠 같은 스페인 브랜드숍도 있다. 지금은 시간이 일러서 문을 열지 않은 듯하니, 오후에 여기에 다시 와 보자며 집합장소로 갔다.



가우디투어

까사 바트요. 커피를 마시러 가기 전 찍은 사진인데, 아직 불 켜진 내부가 아름답다.

집합시간. 그런데, 앗! 이렇게 많은 한국사람들이 여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모여있을 줄이야…정말 놀라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근처에 있었던 거야? 하하하.

시작된 가이드투어. 사실 완전 휴양지가 아니라면 가이드 투어는 정말 유용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유적 등을 방문하게 되는 경우엔 심지어 오디오가이드라도 꼭 준비하는 게 맞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 물론, 재미있기도 하다. 


까사 바트요 (Casa Batlló)는 가우디(Antoni Gaudí)가 1900년대 초에 리모델링한 것이라고 한다. 외관부터 정말 범상치 않다. 가이드 설명처럼 해골 모티프가 눈에 확 띈다. 곡선과 타일까지 바르셀로나의 모던리즘 건축을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라고 한다. 내부디자인도 건축시기를 감안할 때 굉장히 혁신적이라는 데, 내부관람은 가이드 투어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보지는 못했지만 외관의 파격만으로도 인상에 남는다. 


두번째 순서로 두어 블록을 이동하여 까사 밀라(Casa Milà)로 갔다. 

설명을 들으니, 까사 바트요보다 더 인상적이다. 그냥 파도 모양 같은 테라스가 있는 외관이나 내부 디자인 뿐 아니라 자연광 사용, 통풍 시스템, 원형 벽난로, 지하주차장까지 시대를 앞서간 천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지붕의 굴뚝 모양을 보고 영감을 받아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의 헬멧을 디자인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약간 오버 같긴 했지만, 건축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는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까사 바트요나 까사 밀라는 (외관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주는 걸작이었다. 너무 많은 돈이 들어서 건축 당시에도 여러 난관이 있었다는 데, 일단 완성 후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전세계로부터 끌어 모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페인은 가우디에게 큰 신세를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오늘 가이드분은 인상도 좋고, 설명도 참 잘하신다. 몇시간을 이어서 거의 끊임없이 그리고 막힘없이 이야기하는 저 체력도 부럽다. 이 투어에 참여하길 잘했다 싶다. 


다음으로 버스를 타고서 구엘공원으로 이동을 했다. 처음 여행계획을 짰을 땐, 그리 멀지 않으니 숙소에서 걸어가볼까 고려했었는데, 가이드 투어를 택한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이를테면, 남산 꼭데기에 있는 아파트를 서울역에서부터 걸어 올라갈 뻔 했다고나 할까. 구엘공원은 상당히 경사가 있는 산동네에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구엘 공원은 건축물도 아름다웠지만, 정원의 조경이나 멀리 보이는 풍경도 멋있었다. 그리스 양식의 연못, 작은 분수와 조각상들도 눈길을 끈다. 가우디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조각, 벤치, 구조물 하나 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왔다. 예쁜 모자이크로 장식된 옴파로스나 도마뱀 조각은 사진이나 화면으로 보던 것과 다른 감동이 느껴졌다.


구엘 공원은 근처에 살면서, 매일 아침마다 산책을 오고 싶은 그런 장소였다. 물론, 이렇게 많은 관광객은 없다는 전제하에.

구엘공원에서 보이는 바르셀로나와 해변. 저 멀리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보인다.
구엘공원 입구쪽 용의 계단. 유명한 도마뱀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그 유명한 도마뱀 분수. 실제로 보니 하나 하나 붙인 것으로 보이는 타일들이 정말 재밌기도 하고 아름답다. 도자기 타일을 만든 후 깨고, 그 깨진 조각들을 붙여서 만들었단다. 구엘 공원 전체가 이런 식이다. 건축비가 엄청 들었겠다 싶다.

입구쪽에 있는 당초 경비실이었다는 박물관. 진짜 동화책에 그려진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의 집을 꼭 닮았다. 맞은 편의 건물은 수위실이었다가 지금은 기념품샵이라고 한다. 굴뚝 위의 십자가, 도자기 조각들로 뒤덥힌 지붕모습까지... 동화책이 이 건물들을 베낀 걸까?


중앙광장으로 올라가, 벤치에 앉아 살바토르 달리가 찍은 사진처럼 머리 위에 십자가를 얹고 사진을 찍었다. 벤치가 정말 인체공학적인 듯 앉아보니 편하다. 아래 중정으로 가보니 도리아식 기둥을 통해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천정에는 사계절을 의미한다는 태양 장식이 되어 있다. 이래저래 가우디의 천재성에 대한 감탄도 끊이지 않았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봐도 엄청나게 투입되었을 돈(자본)도 놀라웠다. 어쨌거나, 바르셀로나의 넘치는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명소들이었다.


하지만, 가우디의 천재성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늘의 진짜 하이라이트,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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