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돈을 받은 적이 없는데? 그래서 어떡해야 해??
최근 뉴스나 경제프로그램을 보다 이런 표현들이 나왔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물가가 올랐다.”
함께 보고 있는 첫째 아이가 묻는다.
“돈을 풀었다는데, 나는 한국은행에서 돈 받은 적도 없고, 통장에 갑자기 돈이 늘어난 적도 없는데? 도대체 뭐지?”
순간 ‘앗, 이런 개념도 모르나?’ 싶었지만, 이내 ‘하기사, 그런 개념을 알면 뭐하나? 그래서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행은 우리에게 직접 돈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풀었다”고 말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먼저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한국은행이 돈을 푼다는 말은 지폐를 찍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마치 수도 본부와 같다. 우리는 수도 본부에서 직접 물을 받아 쓰지 않는다. 수도 본부는 수도관의 압력을 조절할 뿐이다. 압력을 세게 하면 물이 잘 흐르고, 압력을 약하게 하면? 물이 잘 안 흐른다. 한국은행이 하는 일도 똑같다. ‘돈의 압력’을 조절하는 것, 이게 바로 통화정책이다.
첫번째는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은행들이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의 금리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은행은 싸게 돈을 빌릴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대출을 더 많이 해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시중에 대출이라는 형태의 돈이 늘어난다. 이 부분이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가 말하는 ‘돈이 풀렸다’는 건, 대출이 쉬워졌다는 뜻이다.
두번째는 조금 더 직접적인 방법으써 한국은행이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국채나 채권을 사주는 것이다. 이른바 ‘양적완화’다. 이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한국은행은 채권을 사고, 은행·금융기관은 보유한 채권을 팔고 현금을 받는다. 이 돈은 은행의 금고로 들어가고, 다시 대출, 투자, 금융시장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핵심 질문이 나온다. “그럼 그 돈은 도대체 누가 받았다는 거야?”
정답은 이렇다. 가장 먼저 돈을 받은 사람들은 은행 등 금융기관, 대기업, 정부다.
나는 왜 체감이 안 되는 지 이제 좀 이해되기 시작하나? 한국은행은 은행에 돈을 풀고, 은행으로부터 기업과 자산시장으로 돈이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개인 소비자에게 직접 돈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대신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주가도 상승한다. 이를 통해 자산을 가진 사람의 부(富)도 증가한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돈은 풀렸는데, 내 삶은 왜 더 팍팍해졌지?”
결국 ‘돈을 푼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한국은행이 돈을 푼다는 말은 지폐를 찍어 나눠준다는 뜻이 아니고, 은행과 금융시장에 돈이 더 쉽게 흐르도록 만든다는 뜻이며, 그 돈은 먼저 자산시장과 기업으로 가고, 시간이 지나 물가 상승, 자산 가격 상승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돈을 풀었느냐, 안 풀었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가? 그리고 나는 그 흐름의 어느 위치에 있는가?”
같은 ‘돈 풀기’ 정책이라도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기회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담이 된다. 그래서 통화정책은 언제나 누군가에게는 약이고, 누군가에게는 독이다.
자산 시장의 폭등을 보며 박탈감만 느끼고 있어서 되겠는가? 한국은행이 돈을 푸는 시스템(신용화폐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이 거대한 파도 위에서 서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현금이 쓰레기(Trash)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돈이 풀리는 시대에 현금만 들고 있는 건 '가장 확실하게 돈을 잃는 방법'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월급을 받으면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현금으로 두지 말아야 한다. 현금은 교환의 수단이지,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서는 낙제다.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자산(주식, 채권, 달러, 금 등)으로 최대한 빨리 '형태를 바꾸기’를 실천 해야 한다.
"돈이 없는데 무슨 부동산이고 주식이야?"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100만 원, 10만 원이라도 자산 시장에 발을 걸치고 있어야 한다. 만약, 개별 종목을 고를 능력이 없다면, 시장 전체를 사는 지수 추종 ETF(상장지수펀드) 등을 통해 자산 시장의 상승분에 내 지분을 태워야 한다. 돈이 풀려 화폐 가치가 떨어질 때,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은 그만큼 가격이 올라 화폐 가치 하락분을 상쇄(헤징)해 준다. 벼락거지가 되지 않으려면, 자산 시장이라는 엘리베이터에 아주 작은 지분이라도 갖고 탑승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 당장은 열심히 직장에 다니고, 부업도 하면서 현금유입을 늘리고, 알뜰하게 살면서 잉여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현금 흐름이 나중에 자산을 매입할 '총알(시드머니)'이 된다. 자산이 없을 때 믿을 건 '노동 소득의 잉여분'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 빚을 두려워해야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법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앞서 말했듯, 돈이 풀리는 시스템의 최대 수혜자는 역설적으로 '빚을 낸 사람'이다. 빚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소비하는 빚(나쁜 빚)'과 '자산을 사는 빚(좋은 빚)'은 구분해야 한다.
당장은 대출을 받지 않더라도, '레버리지(Leverage)'의 원리와 금리 변동이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번 유동성 파티(돈 풀기)가 시작될 때, 두려움 없이 대출을 활용해 자산 증식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금융 문맹은 이 시스템에서 가장 큰 약점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은행의 돈 풀기는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준다. '성실하게 땀 흘려 번 현금만 쥐고 있지 말라'는 경고다. 자산이 없다고 포기하지 말자. 내 몸값을 높여 시드머니를 만들고, 단돈 1주라도 자산을 사모으며,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것. 이것은 투기가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거친 바다에서 내 삶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구명조끼를 입는 일이다. (아..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