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과 채권금리
인플레이션의 초입에 은행 자금부에서 운용을 하면서,은행의 레버리지 포지션(자본은 작고 수신으로 조달하여 여신으로 운용하는 구조)이 헤지펀드에서 쓰는 레버리지보다 훨씬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고, 따라서 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왜 그렇게 촘촘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수신으로 조달하여 여신으로 운용을 하는데, 여신은 비유동성 자산이다. (따라서 수신이일시적으로 빠져나가더라도 여신은 유동화하기가 쉽지 않다.) 채권은 팔 수 있는 자산인데,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채권 자산을 보유하는 것과 파는 것 자체가 MTM으로 자산가치 하락을 실현시키는 행위이다. 따라서작년 및 올해와 같은 금리 급등기에는, 수신의 인출에 대응하여 어떤 자산을 얼만큼 보유해야 하는지가 매우챌린징하다.
금리가 올라와 있기 때문에 수신에 일정 수준의 이상의 금리를 책정해야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데, 여신으로 모두 운용한다면 수신이 빠져나갈 때의 유동성에 대응이 안된다. 따라서 채권으로 유동성 관리를 해 주어야 하는데 문제는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보유하면 평가손실로 자본비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만기보유증권으로 보유하면 원할 때 파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
Silicon Valley Bank의 취지가 스타트업들을 돕는 진취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하더라도 수신은 훨씬 다변화해야 했을 것 같다. 즉 여신은 스타트업에 집중하더라도 수신은 전 국민(혹은 훨씬 다양한 인더스트리)으로부터 자금조달을 했다면, 지금처럼 industry risk에 여수신 모두가 취약해져 버리는 구조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지.
또한 바젤 기준의 금리리스크를 계산하는 산식의 핵심예금 비율 등은 단지 가정이기 때문에, 실질 자산-부채만기 미스매칭을 파악하고 그 은행에 맞는 자산 매칭을 하는 것은 굉장히 고도화되어야 하는 은행의 핵심 역량이다.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각 은행이 어느 수준인지는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고, 이러한 위기가 알려질수록 다시 위기를 부르는 자기실현적인 구조가 뱅크런의 본질이기 때문에, 사실 은행 자체적으로 이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유일한 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