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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Oct 09. 2022

LDI와 시장 변동성, 투자자산 다변화

영국 LDI(Liability Driven Management)로 인해 리만급 금융위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는 뉴스 이후, 한국 LDI로 인한 위기 가능성은 없는지 질의를 받았다.결론적으로 한국 LDI로 인한 시장 교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영국 LDI로 인한 일시적인 시장 변동성이 향후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본다.


LDI(Liability Driven Investment)란 보험이나 연기금 등이 장기부채에 매칭하여 자산을 운용하는 기법이다. 종신보험을 예로 들면, 개인이 현재 보험료를 납부하면 보험사는 미래에 개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포지션이 생긴다. 이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개인의 보험 가입부터 사후 종신보험금 지급까지 30년 이상의 기간 (듀레이션)이 소요되는 장기부채 포지션이 된다. 보험사는 미래에 지급해야 할 이 장기부채를 현재 시점에서 어느 정도 수익률이 예측 가능한 장기자산으로 매칭시키고 싶어한다. 문제는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빠른 고령화 속도에 비해 금융시장의 발전은 더딘 편이었고, 이 장기부채에 매칭 할 장기자산도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LDI가 선진국의 LDI 기법에 대한 스터디 이후 실제로 국채선도와 같은 파생상품의 포지션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에 이르러서이다. 예를 들어 현재 쌓아놓은 보험료가 100인 보험사가 국채 30년을 100만큼 사면 자산의 듀레이션을 30년만큼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 추가적으로 현금을 들이지 않고 "5년 뒤 30년 국채를 매수하는 국채선도 포지션"을 10만큼 구축한다면, 자산의 듀레이션을 33년으로 늘릴 수 있다. 그래서 삼성생명을 필두로 교보, 한화 등 빅3 보험사들이 이 포지션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JP Morgan을 필두로 로컬 플레이어들이 거래상대방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파생상품을 활용한 레버리지 포지션이라고 하면 금융위기의 진원이 될 만큼 위험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이 포지션의 근원은 장기부채를 헤지하기 위한 것이다. 즉, 금리가 1%에서 4%로 오르면 장기자산의 평가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맞지만, 장기부채의 평가가치도 그만큼 하락한다. 또한 여전히 보험사 자산 듀레이션은 부채 듀레이션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론상 자산의 가치 하락보다 부채의 가치 하락이 크다. 금리 상승기에 보험사가 웃을 수 있는 이유이다.


다만 이번 영국 LDI발 위기는 급격한 금리 변동성으로 인한 마진콜이 그 원인이었는데, 일반적으로 금리 포지션의 마진콜은 보험사가 쌓아둔 수많은 채권을 추가 납입하면 되기 때문에 자산을 매각할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 LDI의 파생상품 포지션이 규모가 작을뿐더러 대형 보험사 위주로 구축한 채권 레버리지 포지션이기 때문에, 채권뿐 아니라 다른 자산에도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소형사들도 들어와 있는 영국 LDI와 다른 점일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시장 가격의 급격한 변동은 위험하게 느껴지지만, 자산의 퀄리티가 건실하다면 일시적인 변동성 상승은 금융위기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리만발 위기의 진원지가 크레딧 리스크(부실 모기지 채권의 신용위험)이었다면 LDI위기는 마켓 리스크(가격 변동이 확대되는 시장위험)라는 점도 다른 점이다.


장기부채를 헤지하고 싶어하는 보험과 연기금은 금리 레버리지 포지션을 이용하거나 자산의 만기 자체가 긴 인프라 등 대체자산을 통해 장기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저작자 사후 70년 보호되는 저작권 자산에 대한 기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문화와 엔터테인먼트가 진화하고 그 문화의 산물을 금융자산화하는 현재의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기관과 개인의 일반적인 투자상품으로 정착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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