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8년 역사적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그때 뉴욕 한가운데에 있었다. 리만이 무너지고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해고가 이어지는 와중에 MBA 졸업반으로 금융회사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니, 당시 금융시장에 대한 나의 이해나 경력이 미천한 수준에 불과했음을 짐작할만하다.
그렇지만 MBA 시절 가치투자나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의 수업보다도 그 생생한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는 경험이, 경제 사이클의 원천에 호기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금융시장에서 자산운용을 업으로 하면서 경제의 붐/버스트 사이클과 사회와 산업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공부를 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고 그런데 그 이해를 벗어나는 새로운 이벤트와 정책이 나오고, 나는 매수를 하면 그걸 매도를 하고 있는 시장을 이기면서 또는 당하면서, 배워 나가는 그 과정이 너무나 좋았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커리어를 쌓아 나가던 시기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큰 트렌드가 핀테크라는 것은 뒤늦게 알았다. 거대 기업들과 달리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전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비용은 낮추고 데이터에 근거한 비즈니스를 하는 핀테크의 방향성은 social impact를 찾던 나에게 빛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동안의 금융업은 소비자들에게 너무 어렵고 오만하고 본인들의 이익만 수취하는 구조라고 비판받았는데, 핀테크는 대형 금융기관이 규제에 갇혀 지지 부지하던 사이에 빅데이터나 머신러닝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앞세워 규제의 혜택을 받으며 빠르게 생활 속으로 정착했다.
핀테크는 간편한 기술과 소소한 니즈의 발견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간편 송금, 결제, 자산관리, 대출 전 영역에서 이러한 흐름이 나타났고, 코로나를 겪으며 돌이킬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다. 그러한 스타트업으로 옮겨와 일하는 과정은, 마치 역사의 한 축에 참여하고 있는 보람을 준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이슈가 산적해 있는 일터로 출근한다. 이슈는 이슈지만, 해결하지 못할 이슈는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