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들의 모험 스토리를 참 재미있게 읽어 왔는데, 이 책은 읽는 중간중간 펀치로 맞은 것처럼 한숨 나오고 쉼이 필요했다. 콘텐츠에 비유하자면, 현실의 장벽과 잔인함에 답답함이 몰려오는 독립 영화, 예를 들어 <한공주>나 <벌새>를 본 느낌이랄까.
현재의 크래프톤이 되기까지 크래프톤 비전이나 실행의 위대함도 있었겠지만, 결국 한 사람의 그것도 우연히 연합군으로 합류한 PD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크래프톤은 없었을 것 같다. 글로벌 게임사가 된다는 목표를 이뤘을지 모르겠지만, 그 여정은 계획과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동 창업자 및 직원들의 갈림과 소모도 너무나 심했을 것 같고.
이 책은 스타트업의 창업자들과 직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고생스러웠으나 네 앞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자갈밭이 놓여 있다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길은 길고 멀 것이며, 그렇게 쉽게 될 일이었다면 애초에 그 비전은 그리 위대한 비전이 아니었다고. 여러 우연한 요소에 의해 찬란한 헤피엔딩일 수도 있고, 그렇고 그런 평범한 기업들 중의 하나로 끝날 수도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 자각을 안겨줄 책으로 강력 추천한다. 차원이 다른 꿈을 꾸며 그 기회를 잡은 한 기업의 여정은, 한 1/10 정도 와 놓고 엄살피우지 말라는 채찍질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