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을 읽으며, 나는 이십대의 그 시절 속으로 훌쩍 빠져들었다.
수능 전까지 꾹꾹 눌러두었던 욕구를 실현하고자 빼곡히 적어 내려간 리스트가 있었다. 그러나 그 목록은 마음껏 해 볼수록 서툰 시도 끝에 힘을 잃었고, 더 이상 간절하지 않은 일들의 목록으로 남았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한 채, 나는 방향 없는 열망 속에서 젊은 날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 빼곡한 리스트가 아닌, 아무 계획 없이 맞닥뜨린 소중한 이들과의 순간들이 내 시간과 공간을 가득 채웠다. 세상이 우리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듯한 감각, 운동장을 바라보며 경계 없이 이어지던 대화,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던 호감의 온도. 우리는 서로를 향한 마음으로 그 시간을 공유했고, 동시에 미숙한 손길로 흘려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찰나들은 빛이 바랜 필름처럼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반복 재생된다.
신기하게도 내가 기억하는 그 반짝이는 장면들에는 서로 다른 얼굴들이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등장한다. 한 사람과 온전히 함께하고 있다고 믿던 그 계절에, 또 다른 이와 전혀 다른 공간을 깊이 나눌 수 있었던 것. 그것은 아마도 청춘에게만 허락된 특권이었을 것이다. 서로의 고민과 두려움, 설렘과 기쁨을 고스란히 건네받던 시간과 함께.
그 청춘의 시간 안에는 내가 기억하는 문장들이 있다. 장난처럼 써 갈긴 세 글자에 담긴 애틋한 마음, 이메일이 막 보급되던 시절 편지로 쓰인 장문의 글들. 누군가가 나를 향해 시간을 들여 써 내려간 글을 볼 때 설레던 그 마음으로 그 문장들을 아직도 품고 있다.
<청준의 문장들>은 청춘, 그 찬란한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과 장면들 그리고 문장들을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