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를 넘어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 선택한 김보영의 《종의 기원담》.
문학은 누구보다도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통로이다. 나는 당신으로부터 얼마큼의 거리를 두고,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연민할 것인가. 나는 내 자아의 독립과 자존감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이 거리의 좁힘에 따라 우리는 깊은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동시에 서로를 밀어내기도 한다.
이 책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한 로봇의 이야기이다. 실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감각과 다채로운 비언어적 표현을 제3의 시선으로 너무나도 객관적으로 드러낸 소설이다.
이 소설은 로봇을 통해 인간의 깊은 우정과 맹목적인 사랑을 그대로 비춘다. 우리는 말 한마디를 통해 서로에 대한 깊은 존중을 주고받고, 작은 몸짓만으로도 진심을 쉽게 드러낸다.
이처럼 비언어적 표현력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배신과 복수가 여전히 흔한 서사로 반복되는 것은 하나의 미스터리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사실 신뢰할 수 있는 상대와 그렇지 않은 상대를 첫눈에 구분하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적당히 협업하는 시늉을 하기 위해, 혹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 그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처럼 무섭게 우리를 따라 하는 AI의 시대에, 이 소설은 그 자리를 완전히 대체한 로봇의 눈으로 인간의 미스터리함과 고유성을 창의적이고도 생생하게 묘사한다.
김보영의 책을 읽고 있으면, 광활한 우주의 한가운데에서 놀랍도록 원시적인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존재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SF와 미래 세계를 다루면서도, 그 바탕에는 고전적인 인간미가 깊게 깔려 있다는 점이 김보영 소설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