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by Mika

그 남자는 찌질하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낯선 누군가에게 화풀이할 만큼 생활의 압박에 짓눌려 있다. 날 선 말들은 일부러 가장 소중한 이의 심장을 겨냥해 모진 공격이 된다. 그렇게 하찮게 대해진 그녀는 떠나가고, 그는 그걸 지켜보면서도 끝내 잡지 못한다.


〈만약에 우리〉는 한때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녀가 결국 서로를 놓아주는 이야기다. 타이밍도, 권태도, 생활고도 아니다. 서로의 곁에서 더 이상 빛나지 못하게 된 두 사람이 각자의 길을 선택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종종 빛났던 사랑의 종말을 세월의 흐름이나 타이밍의 불일치로 설명하며 안타까워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변명한다. 그러나 〈만약에 우리〉는 그 사랑의 신화를 현실적으로 내려놓게 하면서도, 사랑이라는 열병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두 사람의 예뻤던 사랑의 시간에 깊이 빠져들면서도, 결국 어떤 일이 있었어도 ‘만약’은 없었겠구나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두 사람은 정말로 서로를 놓아주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각자의 삶에서 잘 살아가게 된다. 현실은 그렇게 냉엄하다.


노력하는 윤호의 모습과 결국 거기까지였던 윤호, 또다시 찌질하게 정원을 따라오는 윤호의 모습에 울컥했지만, 훌쩍 떠나는 정원과 무표정하게 윤호를 바라보는 얼굴, 그리고 다시 만나 밝은 얼굴로 윤호를 바라보는 정원의 모습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역시 나는 ‘별로인 남자’를 오래 참아낼 인내력은 없는 것이다.


〈건축학개론〉 이후, 가장 현실적인 첫사랑 영화. 〈만약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