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늦은 가을, 나는 <브런치스토리>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첫 글을 발행했다. 이후 2년 가까이 동안 90여 편의 글을 올렸다. 얼추 일주일에 한 편꼴로 쉼 없이 썼다. 과장이 아니다. 내 딴에는 엄청나게 열심을 낸 것이다.
한데, 이번에는 다르다. 글을 올린 지 2주가 지나 브런치로부터 독촉장(?)까지 받고도 쓰지 않고 있다. 마음이 자꾸 한숨 쉬어가라며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다.
쓰지 않는 참에 요 며칠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찬찬히 읽어봤다. 글이란 게 참 오묘하다. 쓰는 이의 분신일 테니 당연하다 싶다가도 마치 사람처럼 느껴진다. 생각도 하고 말도 하고 심지어 행동까지 하는 듯 다가와서다.
에세이만 보더라도 날 선 논증 글, 희로애락의 감성 충만 글, 서릿발 같은 준엄 글, 말 없는 묵언 글, 정겨운 수다 글, 유유자적 산책 글, 전력 다한 질주 글이 각자의 모양과 색깔로 피어난다. 화엄 세계가 따로 없다.
품에서 떠난 내 글의 자취도 따라가 봤다. 돌다리를 두드리며 걷듯 소심하고 느리다. 가진 그릇을 깨뜨릴까 불안과 주저함이 앞선다. 기백은 미약하고 떠도는 사념(思念)만이 흥건하다. 내 어찌할 수 없는 기질과 삶의 색깔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숨긴 건 아니지만 막상 드러나니 조금은 쑥스럽다. 그렇다고 내 글의 걸음새가 부끄러운 건 아니다. 실수투성이지만 부끄럽지는 않은 내 삶의 모양새에 따라 쓴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래 일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마는 앞으로의 글도 지금까지 써낸 글처럼 자유로움, 성찰 그리고 감사의 걸음새를 벗어나진 않을 성싶다. 글이 숨이 차면 늘 그랬듯이 나만의 호흡으로 쉬어갈 것이다. 지금처럼 그렇게.
ⓒ 정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