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의 늪에 빠진 n년차 꼰대선배가 알려준다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기간산업이라고 불리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초고속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배경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산업, 건설업. 머릿속으로 한강의 기적을 떠올린다면 아마도 역사박물관에서 봤던 6~70년대 배경의 흑백필름으로 찍힌 한강과 그 주변에 몰려있는 낮은 건물들이 갑자기 컬러풀하고 우람하게 솟은 한강변의 고층건물들로 변하는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을까? 그만큼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빠질 수 없는 산업이 바로 건설이다.
바로 그 건설산업의 문제점은 케케묵은 흑백필름 시절이나 핸드폰으로 3차원 모델을 볼 수 있는 지금이나 큰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건설엔지니어로서 겨우 업계 n년차인 내가 건방지게 건설업계의 조직적인 문제를 꼬집어보는 글을 쓰는 게 가능할 수 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 이게 당최 무슨 말일까?
'난 그냥 유능한 엔지니어로 보일 수 있을까 싶어서 클릭한건데 무슨 한강의 기적으로 인트로를 끊어? 진짜 꼰대네..'라고 해도 좋다. 바로 아래 문단부터는 필자가 생각하는 고질적인 문제들과 이에 대해 주관적이지만 능수능란하게 대처한다고 자부하는 필자의 해결방식을 가볍게 공감할 수 있게 적어보겠다.
1. 라떼는 말이야.. 까라면 깠다고! 그냥 까!
이런 말을 들으면 단전에서부터 뜨듯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기분이 든다. 눈알이 쏟아질 것처럼 눈을 치켜뜨면서 "까긴 뭘 까요 대체? 귤이나 까드릴까요?"라고 할 수는 없으니, 우선 마른 웃음을 뱉으며 꼰대 같은 부장들의 공연한 분노를 피해 보기로 한다. '도대체 왜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걸까? 내 생각에 무조건 잘 못 될 것 같지만 적어도 나보단 경험이 많은 선배가 시킨 거니, 나중에 잘 못 되어도 내가 책임 질 일은 없을 테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시키는 그대로 따라줄까?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 비슷한 상황에 처한 후배의사에게 채송화 씨가 "아니. 더 싸웠어야지. 네 판단이 맞다고 생각되면 밀어붙였어야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 문제에 대해 고민했고, 계속 지켜봐 온 내가 그 문제에 대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나는 끝까지 설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럼에도 선배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맞았을 수 있다. 공연히 선배한테 밉보여 감정소모를 하며 꼴통소리 들을 바엔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무작정 선배의 지시에 따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난 그걸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나이스한 태도와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무장하고 선배한테 부딪혀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