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에 북클럽을 시작하게 되다.

북클럽을 시작하게 된 이유.

by 미리미

대학에 입학한 지 6개월 즈음. 1학년 2학기가 갓 시작됐을 때, 아직 어색하기도, 친근하기도 한 룸메이트가 내게 하나의 제안을 했다. 학과 친구와 교내 공모전인 '북클럽'에 참여할 건데, 인원이 한 명 부족하니 함께 하지 않겠냐는 물음이었다. 할 것도 없는데 좋은 것 같다며 내 귀를 스쳐 지나가는 여러 이유 중 내 귀에 콱 박힌 한 마디는 공모전 상금 '30만원!'.그 30만원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콜~'을 외쳤다.

맨 처음 북클럽을 하자고 이야기를 꺼낸 건 룸메이트의 친구였다. 가끔 방에 방문해서 안면을 텄던 그 친구는 1학년 1학기에 이미 북클럽을 참여했었는데, 공모전 자체는 너무 의미 있고 재밌었지만 당시의 팀원들이 불성실한 탓에 새로운 사람들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1학기에 조별과제 잔혹사를 겪어 본 나와 내 룸메이트도 그 친구의 이야기에 엄청난 공감을 느끼며, 그렇게 3명이 한 팀이 됐다. (이후부터는 룸메이트는 림, 그 친구는 썬으로 호칭하겠다.)그리고 이 선택이 아직까지 이어져고 있고, 난 이게 내 대학생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확신한다.


북클럽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서 필요한 내용은 팀명과 토론주제, 책 종류와 각 책에서 토론하고자 하는 소주제들. 생각보다 꽤 복잡한 신청서에 고작 1학년이던 우리는 모두 멘붕을 맞았다. 다행히도 1학기에 경험해 본 썬의 노련함 덕분에 우리는 꽤 수월하게 신청서를 작성해 나갔다. 또한, 신청을 한 팀 중 단 30명만 선발돼 공모전이 시작되기에, 통과하지 못하면 참여도 못한다는 사실, 그 사실이 우리가 신청서 내용을 작성하는데 꽤나 진지하게 임하도록 했다.

하지만 문제는 팀명을 정할 때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과 우리가 아주 상큼 발랄한 신입생이었다는 것에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우리는 각자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팀명을 짓고자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굳이 왜 그랬을까 싶다. 그 순진무구한 신입생들의 머리에서 나온 이름은 당시 유행하던 영화명을 이용한 '명량이 누구임? 나임!'이었다. 대학 기숙사방에 둘러앉아 아이디어를 내던 기억은 그립게 남아있지만, 돌이켜보면 교수님들은 그 팀명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싶다.



뇌리에 콕 박히는 팀명 덕분인지, 아주 꼼꼼히 작성한 신청서 덕분인지 우리는 30팀 안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북클럽은 꽤나 치열했다. 30팀 중에서 7팀 안에 들어야 상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북클럽 공모전에서는 방식이 정해져 있었는데,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하여 책을 읽고 토론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우리의 주제는 '미디어와 사회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유는 나는 미디어학과였고, 다른 두 친구는 사회학과였기에 모두가 흥미를 가지고 이후에 스펙에도 도움이 될 주제를 정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미디어에 관한 책 3권과 사회에 관한 책 4권을 1주에 한 권씩 읽기로 목표를 정하고 토론을 진행해 나갔는데, 같은 책을 읽어도 매번 각자의 생각이 다른 점이 우리가 북클럽에 몰입하게 된 가장 큰 부분이었다. 특히 마지막 결말 부분의 토론을 할 때는 꽤나 치열한 언쟁이 오고 갔다. 보통 '미디어가 사회에 영향을 주는가', '사회가 미디어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논의였다. 치열한 3달간의 북클럽 끝에 감사히도 우리는 우수팀으로 선정됐고, 나를 북클럽의 세계로 이끈 상금 '30만원'의 수확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에 재미를 붙인 우리는 같은 팀원 그대로 졸업까지, 2018년 인공지능/ 2019년 혐오의 시대/ 2021년 악의 정의 등 인문분야부터 과학분야까지 주제를 가리지 않고 때마다 어울리는 주제를 골라 참여했다. 사실 우리의 대학생활의 중심을 북클럽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성실히, 진심으로 임한 덕에, 휴학하는 팀원이 있던 학기를 제외하고 매번 참여해 약 6회를 최우수팀/우수팀으로 선정됐다. 물론 우리의 네이밍 센스는 전혀 늘지 않아 '고삼차', '자본주의의 노예들' 등 학년이 오른 후에는 교수님들이 직접 그 의미를 물으셨을 만큼 엉뚱한 이름이었지만 말이다.


졸업한 이후에는 상금 '30만원'의 이유에서 벗어나 독서모임의 즐거움,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계속해서 북클럽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로 벌써 8년이 지나간다. 여전히 같은 책을 읽어도 의견은 매번 다르고, 가끔은 티격태격 논쟁이 오고 가기도 하지만, 누구도 독서모임을 취소하거나 탈퇴하려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북클럽이 우리에게 큰 즐거움과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의 글에서 여러분에게 북클럽을 해온 과정과 소소한 팁들을 전하고, 더 많은 정보를 교류하길 바란다.


+) 상금은 어디에 썼는지 궁금한 분들이 계실 것 같다. 대학생들의 즐거움과 청춘이 어디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은가? 맞다. 시상식 날에 상장과 함께 현금으로 상금을 받았는데, 그날마다 우리는 곧장 단골호프집에 가서 썼다. 대학생활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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