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을 유지하는 이유
내가 주변에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고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게 비슷하다. '대단하다!' , '좋네~'하는 긍정적인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간혹 다른 반응이 돌아오기도 하는데, 보통 '왜 책을 모여서 읽어? 어차피 독서는 혼자 하는 거잖아!'는 질문이다. 처음에 이 질문을 들었을 때는 딱히 답할 말이 없었는데, 사실 지금도 할 말이 없다. 생각해 보면 정말 책은 혼자 읽고 이해해야 하는 거니까. 진짜 '독서: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 자체만을 위해서라면 크게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도 왜 아직도 독서모임을 하고 있을까? 그냥 친분용으로? 재밌으려고? 그 이유도 있지만, 더 유익한 이유들이 가득하다.
1. 독서의 목표와 기간이 명확해진다.
혼자 책을 읽게 되면 책을 읽어야 하는 기간이나 목표가 자유롭다. 꼭 해야 하는 일도 자유롭게 두다 보면 대부분의 인간은 안 한다. 근데 독서는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기에 목표가 더욱 흐릿해지기 쉽다. 물론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새해에 '책 10권 읽기!'라는 목표를 세워두고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독서 모임을 하면 목표달성에 가까워진다. 나 홀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책임감 있게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독학보단 학원이 합격률이 높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기에 혼자서는 1년에 3권 읽을까 말까 하던 독서량이 1달에 3권으로 오를 수도 있다.
또한 혼자 읽을 때는 내용이 덜 숙지돼도 가끔 넘어갈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책의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책에 대한 집중력 향상도 된다. 특히 주제를 정하고 하는 독서모임의 경우에는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정리하기 때문에, 효과가 더욱 좋다.
2. 같은 책에서도 다양한 의견과 다른 시선이 있다.
독서라는 것은 어떤 전문 분야의 지식을 얻는 것, 혹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간접경험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책을 위와 같은 이유로 읽는데, 사실 가끔 책보다도 독서모임 과정에서 팀원들의 의견이 더 공감 간 적이 적지 않다. 특히 에세이나 시집 등 설명보단 작가의 생각이 주제인 책은 더더욱 그렇다. 반대로 내가 이해 못 하는 작가의 생각과 말이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이해하기도 한다. 인문학이나 과학처럼 명확한 이론에 대한 도서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소설이나 에세이 등 작가 개인의 생각을 기반으로 한 도서는 독서 '모임'의 의미가 커진다. 결국 독서는 어떤 주제에 대한 논의고, 책은 하나의 의견이기도 하니까.
의견이 꽤나 분분한 책들, 즉 논란이 많은 책을 읽고 독서 모임을 하면, 세상 사람들이 각각 얼마나 개인적인 생각을 하고 사는지에 대해서 경험할 수 있다. 이게 독서모임을 끊을 수 없는 하나의 매력포인트다.
3. 책의 분야가 다양해진다.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인간의 알고리즘도 존재하는 것 같다. 인터넷 소설 중 '로맨스판타지장르'의 독자가 대게 여성인 것도, '무협장르'의 독자가 대게 남성인 것도 그런 체계 때문이라 생각한다. 본인의 관심사에 시선을 두기에, 좋아하는 분야만 혹은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책만 읽게 된다. 하지만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다른 분야의 책도 접하는 게 쉬워진다. 1화에서 썼듯 독서모임의 주제가 인공지능부터 악의 정의까지 넓었던 이유는 팀원들의 관심사가 모두 달라 선택범위 자체가 넓기 때문이었다. 나는 과학을/ 다른 팀원이 사회를 좋아한다면, 서로의 것을 교류하게 된다. 물론 자신의 취향과 안 맞는, 혹은 어려운 분야를 하는 순간은 가히 지옥과 같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하고 머리 아픈 순간이지만, 독서모임을 끝내고 났을 때는 마치 산정상에 도달했을 때만큼이나 후련하고 보람차다. 또한 각 장르의 내용이 다른 장르의 책을 읽을 때 주는 의외의 연관성을 찾다 보면 여러 장르를 골고루 읽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거다.
4. 재미있다.
어린 시절 우리가 처음 독서를 접하는 대부분의 방식은 부모님의 제안(이라 부르는 강요)이나 학교에서의 활동 때문이 많다. 주변사람들이 읽어서라던가 스스로 재밌어서 읽는 첫 독서 경험은 적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유익함을 위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재밌다는 것을 독서 모임의 이유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을 안 하거나.
근데 사실 '독서'도 취미다. 다들 자소서 쓸 때 취미칸에 독서를 넣지 않는가. 스포츠, 전시회 관람, 만들기 등 대게의 취미들처럼 재미있어서 모임을 유지하는 게 큰 이유다. 팀원들과 매번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보다 함께 할 수 있는 대화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통일감도 꽤 좋다. 같은 경험을 교류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의 안정감도 포기할 수 없다.
얼마 전 독서모임을 시작한 지 1개월 정도 됐다는 분에게 어떻게 독서모임을 오래 유지했냐는 질문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명확한 답이 안 나와 '재밌어서요~'라고 흐지부지 대답하고, 혼자 멋진 대답을 하고 싶었단 후회를 하다 이 글을 쓴다. 이 글이 '왜/어떻게 오래도록 독서모임을 하느냐'의 대답이다. 여러분이 독서모임에서 유익함과 즐거움 모두를 얻으시길 바란다.
+) 사실 책 읽기보다 모임이 더 재밌다. 독서모임의 선후가 바뀌었다. 모임독서다. ㅎㅎ 그래도 덕분에 매주 새로운 책을 접하며 지식을 쌓아나간다. 추억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