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들 좀 보세요
아침 일곱 시의 전철은 얼음입니다
단단하게 오므라들어
오늘의 전투를 떠올리며 골똘한
사람들 좀 보세요
우리는 서로를 향해 얼마나 차가워져야 할까요
휘두르는 칼이어야 할까요
전철은 달리고 시간이 흐르고
작은 얼음덩이 같은 사람들이 점점 공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자세히 보니 글쎄 옆에 거위들이 한 마리씩 앉아 있어요
거위들이 체온을 나누고 있어요
모두가 거위들이군요
전철 안은 온통 거위와 거위들이 서로 체온을 전하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누군가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체온들입니다
어느새 내 몸은 다 데워지고
고마운 거위는 일어서 나가고
낯선 얼음이 하나 내 옆으로 덜컹 굴러오네요
이제 내가 녹여줄 차례입니다
상희는 시골 학생답지 않게 얼굴이 희고, 땋은 갈래머리로 항상 단정한 모습이었다. 하얗고 넓은 옷깃과 허리를 잘록하게 묶은 띠의 교복이 잘 어울렸다. 시를 잘 썼다. 어느 날 교장 선생님이 불러서 갔더니 상희를 데리고 신라 문화제 백일장에 다녀오라는 것이었다. 당시엔 그곳에서 경주까지 갔다 오려면 이틀이 걸려야 했다. 총각 선생과 다 큰 여고생을 일박까지 해야 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에 대한 걱정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다. 나는 대구의 우리 집에서 자고 상희는 대구에 유학 온 친구의 자취방에서 자고 다음 날 만나서 경주로 갔다.
상희는 전국의 글 잘 쓰기로 내로라하는 학생들이 모여드는 그 백일장에서 장원 다음의 차상을 땄다.
입영 영장을 받고 나는 그해 12월경 그 학교를 떠나왔다. 상희는 나에게 줄 편지를 썼다가 주지 못하고 강물에 던졌다고 훗날 만났을 때 이야기했다. 왜 그랬는지 이유에 대해선 물어보지 않았다. 상희는 여고를 졸업한 후 대구의 은행에 취직이 되어 가끔 내가 은행에 가면 보기도 했다. 한때의 감정은 머릿속 어딘가에 잊힌 채 흘러가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강물에 버려진 상희의 편지는 가끔 내 의식의 수면 위로 나타나기도 한다. 편지처럼 여울을 따라 일렁이기도 하면서, 아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