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에도 바람 들판이나 고속도로 위에도
두근거리는 기다림이 온다
간혹 지하철이나 버스를 손보러 승용차 바퀴에 치여 죽으러 순댓국 가마솥으로 뛰어들던
지하철 객석 위에 시장터 언 손바닥에 대합실의 노숙에 쫓겨가는 이삿짐 위에도
목련이 움을 틔우고 장미의 가시가 지고
당신과 나 사이 가로등 하나 떠 있지만
그날의 서녘 하늘처럼 떨던 눈썹처럼 잡아채던 손아귀처럼
무너지는 퇴로를 두고
뛰어들던 그 눈알 같은,
능금꽃 같은
내 마음속
웅크린 북극곰의 마을에
나풀나풀 꽃잎을 달고 잊지 못할 첫사랑이 온다
경주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낸 나는 영준(가명)이라는 친구를 좋아했다.
영준이네는 야트막한 담장 너머로 첨성대가 코앞에 보이는 자그마한 한옥에서 살았다. 둘이 마루에 앉아 첨성대와 그 주변의 보리밭에 일렁이는 청보리들을 보며 앉아있을라치면 밝고 환한 햇살이 마루에 내려와 우리의 발끝에서 찰랑거렸다.
영준의 어머니는 나의 어린 눈에도 꽤 미인이었는데 친절했다. 여름방학에 놀러 가면 우물에 담가 두었던 수박을 두레박으로 건져 올려 우리에게 잘라주기도 했다. 철벙철벙 우물물을 휘저으며 두레박이 건져 올린 수박의 서늘한 맛이라니! 어쩌다 영준의 집에서 잘 때가 있었는데 어머니는 내게 깨끗이 빨아놓은 잠옷을 내어주기도 했다.
학년이 바뀌면서 영준과는 자주 만나지 못하고 사이도 뜸해졌지만 나는 심심하고 외로울 때면 영준의 집을 찾아갔다. 그럴 때마다 영준은 없었고 나중에 영준이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뒤에도 나는 그 집으로 가는 길이 그리워 이제 다른 사람이 살고 있을 그 햇살 따뜻하게 내리비치는 남향집 밖에서 서성이다 돌아오곤 했다.
반짝이는 소중한 것들은 생명력이 짧다. 자꾸만 그것들을 떠올리는 마음은 오늘이 불행하기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옛날의 소중한 순간들은 오래도록 우리의 깊은 곳 어딘가에 남아 조금만 손을 넣고 헤집어 보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 빛을 드러낸다. 밤길을 씩씩하게 걸을 수 있도록 앞을 밝혀준다. 우리 스스로 빛이 될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