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빛이 아니라 어둠이라고 생각한 내게 레버리지나 투자나 하는 용어들은 그저 수학 공식과도 같았다.
모르고도 살아지니 안다 한들 크게 이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주변을 둘러보면 소위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데 눈에 보이는 결과만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 느낌에 스스로가 바닥에 푹 꺼져버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동안 경제, 재테크 등 다양한 주제로 책을 읽었지만 그저 머릿속으로만 이해하고 끄덕일 뿐 현실은 늘 같았다.
알고도 행하지 않았다. 빚은 빛이 아닌 어둠이라 여기는 내게 수많은 이론과 성공한 사례들도 그저 수학 공식과 위인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돈을 숫자와 통계가 아닌 심리학으로 접근한 이 책에 더욱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고 투자하라고 하지 않고 역사는 반복되는 패턴이 아닌 우연의 사건과 운에 의해 일어난다고 짚어주는 점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과거의 패턴과 그로 인한 미래의 전망에 얽매여 위험한 선택을 하기보단 소비를 줄이고 저축률을 높여 시간의 축적이 선물하는 복리의 마법을 누릴 것을 제안한다.
사람이란 무릇 눈에 보이는 것을 쫓기 마련이기에 단기적인 성공에 목말라 기다림의 힘을 과소평가하기 쉽지만 우리가 모두 아는 돈을 잘 벌고 잘 지킨 워런버핏 같은 투자자도 이 복리의 마법으로 인해 현재의 부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부자라도 누군가는 돈을 잘 지키고 더 늘어난 반면 누군가는 한순간에 파산하기도 하는 걸 보면 돈이란 있어도 어려운 뜨거운 감자 같기도 하다. 돈에 대한 잘못된 갈증은 파산을 가져오기도 하고, 생존을 위한 적당한 타협과 기다림은 엄청난 부를 가져오기도 하니 말이다.
저자 역시 저축을 하고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본인과 가족의 성향에 맞는 방법이라 말하며 소득이 늘어도 소비의 범위가 일정하니 여윳돈은 계속해서 저축할 수 있었다. 사실 나 역시 투자를 잘하는 것보다 저축을 잘하는 게 나의 성향상 더 쉽고 지속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에 더욱 공감했고 또 몰입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왜 저축을 잘할 수 없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숫자에 약해 투자에 관심이 없어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어느덧 당연시하고 행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소비 자체보다 소비를 통해 누리고픈 나의 기대치가 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나 주머니 사정은 다르겠지만 누리고 싶은 현실은 좋아지고 점차 평준화되니 남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이를 소비로서 증명하고 또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
돈 말고도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게 참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냥 낙관적인 것보다 보다 적극적인 비관으로 현상을 묘사하고, 번듯한 숫자와 전망으로 예언가가 되기를 자처하며, 혼란의 중심에 선 이들의 갈증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하지만 어쩌면 수많은 굴곡의 역사 중 예상치 못한 지극히 적은 확률의 꼬리 사건이 밀어 올린 현재임을 감안하면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는 것도 현재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사랑하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보내는 금융조언이 담겨있는데 내 아이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인지라 더욱 의미 있게 읽고 눈에 담았다.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은 네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네가 원할 때, 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만큼 오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고가의 물건이 주는 기쁨보다 더 크고 지속적인 행복을 준다.
내 아이도 당장 눈앞에 보이지만 일시적인 돈의 힘보다는 보이지는 않지만 영속적인 돈의 힘을 믿고 보다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