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로 이사를 온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처음 이사를 올 때만 해도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익숙한 시기였는데 코로나가 종식되면서 재택근무도 종식될 줄이야.
사람은 늘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고 했던가.
코로나는 정말 끔찍했지만 코로나가 가져온 리모트 워크, 줌 회의 등의 기술적 진보는 지금 꼭 필요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하루 이틀 출근 일수가 늘어나더니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만 출근하는 것에서 이젠 하루를 제외하고 4일을 출근해야 한다. 세상의 진보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기를 들고 싶었지만 슬프게도 힘없는 일개 직원이라 누군가의 용기 있는 사내 게시글에 조용히 좋아요만 누르곤 했다.
아마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회사 출퇴근으로 아낀 시간에 아이 얼굴 한 번 더 보고 아이와 조금 더 소통하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했던가.
때로는 알지만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무기력함을 느끼곤 한다.
그럼에도 주어진 현실을 바꿀 용기가 나지 않는 엄마는 매일을 지친 몸을 버스에 맡긴 채 바삐 오갔다.
줬다가 뺐는 것처럼 치사한 게 없듯이
처음에는 왠지 서운하고 억울했지만
그래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자기 최면을 걸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보내는 소극적인 시간들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나를 위해 주어진 이 시간을 조금 더 생산적으로 쓸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책을 즐겨 읽고 글을 즐겨 쓰는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오히려 이 아침시간은 나에게 천금의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졸린 잠을 청하는 이 조용한 아침 버스는 많은 이들이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작은 사회와도 같았다.
피곤해 잠을 청하는 이들의 노곤함도 있고 면접을 앞두었는지 설레며 옷매무새를 매만지는 젊은 청년들도 보인다.
무의식 중에 나도 그 녹록지 않은 삶들을 심심치 않게 위로하게 되면서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예전과 달리 버스를 타는 시간은
이제 나에게 더 이상 소모가 아닌 플러스로 여겨진다.
회사를 가기 위해 길에서 허투루 보내는 한 시간이 아니라
육아와 일 그 어느 것도 방해받지 않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 말이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각과 관점이 이렇듯 중요한 것이구나를 새삼 깨달았다. 앞으로도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긍정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나는 여기저기 부정의 구멍을 찾는다.
<썸네일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