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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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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쩡 Jun 06. 2024

목걸이가 갑자기 끊어졌다.


대학교 첫 입학을 앞두고 설레는 딸을 위해
엄마는 딸의 손을 잡고 작은 금은방으로 들어갔다.
벌써 10년도 넘은 기억이지만 처음으로 목에 감겼던 그 설레는 마찰은 시간이 지나도 아직 또렷하기만 하다.

오랜만에 그 설렘의 순간을 느껴보고자
잘 차지도 않는 목걸이를 목에 걸어봤다.
늘 비어있던 목은 겉보기에 예뻐 보였지만
무서운 습관에 지배되어 불편함도 감돌았다.

어느 날 문득 아이의 병원을 갔는데 아무 이유 없이 목걸이가 끊어져 스르륵 바닥에 떨어졌다.
너무나 존재감 없이 조용하게 떨어진 탓에 하마터면 없어진 줄도 모를 뻔했지만 나보다 작은 아이의 키에선 떨어지는 물체가 보였는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순간 문득 왠지 모를 불안함이라는 감정이 머리 뒤쪽을 스쳐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난 어느 날 저녁 엄마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빠가 지금 수술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어. 잘 끝났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


분명 오늘 아침까지 손자의 안부를 묻던 아빠였는데
지금 수술을 해서 병실에 입원해 있다니 청천벽력 같았다.
며칠 전에 가슴이 뜨끔뜨끔해서 혹시 몰라 병원을 다녀와서 검사를 받았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바로 오늘 나오는 날이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손자의 감기 증상만 설명하던 내게
아빠의 갑작스러운 수술은 너무도 충격이었다.
그러면서 하루 전 끊어진 목걸이가 떠올랐다.
혹시 그 불안함이... 이거였을까?

전화를 받지 않는 아빠를 떠올리며 혼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의사가 말했다.
" 어르신 혈관이 1개가 막힌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4개나 막혀 있었네요.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는데, 운이 정말 좋으셨어요. 살 운명이셨던 거예요. "라고...

평소 늘 건강에 관심이 많았던 아빠였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많이 놀랐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열이 점점 식어 웃음을 되찾은 아이의 얼굴 뒤로
고통에 혼자 병실에서 신음하고 있는 아빠의 슬픈 얼굴이 보였다. 문득 산다는 것에 대한 씁쓸함과 삶의 고귀함이라는 감정이 중간에서 뻥하고 터지는 것만 같았다.

결국엔 살 운명이었나 봐요...  
그 반대를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다.


요 며칠 부정의 감정에 잠식당하던 찰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운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렇기에 삶이란 살아낼 만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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