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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메이쩡 Nov 22. 2024

나는 네가 너라서 좋아

장세영 지음


그간 자란 아이의 키만큼 투가 작아졌다.

아이들 옷은 작은데 왜 이리도 비싼 것까?

내 옷이라면 몇 번을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뺐을 거지만 아이 옷은 꼭 필요하다며 바로 결제 버튼을 누른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한 달에 한번 그달의 생일자 아이들을 모아 생일잔치를 해주는 날이다. 다행히 새 옷이 어제 도착해 새 옷을 입고 어린이집을 가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옷을 거부하는 아이.

색깔이 마음에 안 들고, 옷이 크기도 하고, 길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열변을 토하며 온몸으로 거부했다.


평소 같았으면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법한 나인데 오늘은 뭔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엄마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만 같아서 나 역시 내 주장을 반복했다.


색깔은 제일 밝은 것 중에 고른 거야...

겨울옷은 원래 약간 크고 지금 소매도 딱 맞는 거야...

겨울옷은 짧으면 추우니 긴 옷으로 온몸을 감싸는 거야...


는 아이가 오늘 이 옷을 입어야만 하는 이유를 조곤조곤 설명기 시작했다. 요즘따라 부쩍 자기주장이 강해져 생떼를 쓰기 시작한 아이인지라 나도 이번 기회에 훈육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린이집 행사를 보내야 했기에 결국 삼사십 분의 실랑이를 끝으로 이가 처음 입고 싶어 한 옷을 입혔다.

정말 별것 아닌 일이었는데 나 역시 감정이 많이 상해있었다. 이제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어낸 아이는 연신 미안하다며 뽀뽀를 해달란다. 하지만 난 아직 남아있는 서운함과 답답함에 그저 아이 손을 잡고 입을 닫은 채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이 일은 바로 오늘 아침 벌어진 일이다.

분명 어제까지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공감하며 마음먹었는데... 왜 마음먹은 대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머릿속을 스다.


" 아이의 세상을 존중하고 내 안의 아이에게도 말을 걸어보세요. 행복한 엄마가 되면 아이도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아이의 세상도 나의 세상도 모두 존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도 일해야 하니 시간이 없고 너도 행사에 늦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 때문에 결국 제일 중요한 공감과 존중을 놓쳤다.


무언가 알고 있는데 정확하지 않아 쓰지 못한 답처럼 느껴져 어제 읽은 책을 펴놓고 다시 한번 천천히 되새김질해 보았다.


초등학교 교사로 24년을 근무하며 교직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본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아이와 어른의 세계를 이어준다.

몸은 커져가도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고 해석해야 하는지를 일러준다.


저자가 코칭 전문가이기도 해서 그런지 아이의 마음뿐만 아니라 부모인 나의 심리까지 헤아려주는 것만 같아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괜찮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아이에게 주는 시간과 경계가 내 아이를 더 성장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라며 애써 쏟아부은 사랑이 후에 이기심이나 자만이라는 독이 될까 나름 애를 썼다.

이기심을 부리며 생떼를 부리면 내 채찍이 무딘가 하고 되묻곤 했다. 모든 것이 측정 가능한 이 시대에 아직 측정할 수 없는 게 있다니. 그저 이 기나긴 인생의 레이스를 서로를 향한 믿음 하나로 내달려야 하다니 참 쉽지 않다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 모두가 마음에 닿았지만 개인적으로 특별히 더 와닿았던 문장들이 있었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누군가의 삶에 지속해서 영향을 주는 존재는 '엄마'가 유일하니까요. 그래서 엄마가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p.6>

화가 나는 순간, 그것이 진짜 아이 때문인지, 내 안의 문제 때문인지 곰곰이 살펴보세요. <p.22>

워킹맘이라고 흔들릴 이유는 없습니다. 불편하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면 됩니다. <p.25>

훈육에는 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아이를 믿고 지지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지적이 아니라 올바른 피드백이 되어야 훈육입니다. <p.31>

부모가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다 알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가 내 것이라 생각하면 아이는 소유물이 됩니다. <p.42>

좋은 부모가 되는 지름길은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요. 양육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가장 완벽한 훈련장이랍니다. <p.90>

아이들은 심심한 가운데 아이디어가 샘솟습니다... <중략>... 그걸 모르고 엄마들은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하면 뭘 해줘야 하나 싶어 안절부절못합니다... <중략>... 앞으로는 아이들이 심심하하면 그냥 내버려 두세요. <p.178>

엄마는 엄마의 삶을 재밌게 사세요.
아이가 배우고 성장하는 만큼 엄마도 계속 엄마의 삶을 완성해 나가야 합니다. 인생의 목표가 아이들의 입시가 아니라 나의 성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p.252>

' 난 일하는 엄마니까...'

' 남들은 다 이렇게 하는데...'

' 우리 아이는 형제가 없으니 더 심심할 거야...'


그저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나와 아이를 더 곤경에 처하는 일은 없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면 나도 자연스럽게 행복하겠거니 했는데 저자는 오히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순간 엄마가 아닌 잠시 잊고 있던 나라는 존재 자체와 조우했다. 어쩌면 엄마라는 낯선 역할에 긴장하며 적응하느라 진짜 나의 행복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 내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 내가 웃어야 아이가 웃는다.'

' 내가 믿어줘야 아이가 단단한 뿌리로 성장한다.'

' 오늘 아침에 난 왜 아이에게 화를 내었을까?'

가만히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 보았다.

그랬더니 내 마음속 한편에서 무언가 메아리가 들려온다.


' 엄마는 매일 네 이야기를 들어주었는데 왜 오늘 하루만은 엄마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거?'

' 엄마는 너를 생각해서 오랜 시간과 돈을 투자해 고르고 또 골랐는데 왜 그런 내 마음을 생각해 주지 않는 거니?'


그랬다. 그냥 오늘은 아이의 감정이 아닌 오롯이 내 감정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서운함 계속 지체되는 시간의 압박이 더해져 아이가 거부하는 이유를 잘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겠지만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보다 추억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나긴 레이스는 나 혼자만 달리는 것이 아니기에 적당한 거리와 기다림은 필수라는 것을 기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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