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붉은 실 찾기
한눈에 보아도 사랑이 느껴질 것만 같은
밝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되는 책 표지
그 반면 물과 기름처럼 느껴지는 책의 제목
일과 사랑을 어떻게 연관 지을 수 있을까?
십수 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은 다 느껴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일을 사랑한다는 것은 마치 거절할 수 없는 고백처럼 어지럽기만 하다.
여태껏 일을 하면서 분명 울고 웃었지만 내가 일을 사랑했는가 하고 반문해 보니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여전히 일이라는 단어만 떠올리면 좋은 감정보다는 힘들고 무겁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 안정감을 느낀 나머지 새로운 변화는 그저 두렵기만 하다. 매번 가는 길인데 갑자기 지름길을 찾으라고 하면 일순간 긴장과 함께 식은땀이 난다.
나에게 그렇게 느껴지는 일을 사랑하라고?
솔직히 처음엔 책 내용에 스며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꽤 두꺼운 책으로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일을 사랑하는 방법들을 수도 없이 나열할 태지만 공감할 수 없으리라 미리 단정 지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요 근래 읽은 책 중 나에게 가장 임팩트를 주었다. 머릿속에 계속해서 나를 향한 질문들이 부유했고 꽤 긴 시간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내 머릿속을 계속해서 배회하며 답을 구한 질문은 바로 이거다.
일을 하면서 언제 마지막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나요?
분명 일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적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시간에는 하나가 빠졌다. 바로 사랑이다.
성공이나 결과보다 먼저 나를 바라보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본능적으로 관심을 갖는 분야에 주목해 나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재능을 일로서 세상에 발휘하는 것.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저자는 붉은 실에 비유하며 계속해서 나만의 붉은 실을 찾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다. 모두가 이를 원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이를 포기하고 계속해서 관망만 하느냐 아니면 내 안의 껍질을 깨고 진실을 마주 하느냐에 따라 일은 번뇌가 될 수도 사랑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이들은 각자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자신을 그렇게 대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답하기는 쉽지 않다. 막연히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체가 없기에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시간과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그리고는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보이는 영역을 가꾸고 타인이 알아주기만 바란다.
저자는 말한다. 모든 사람은 각자가 특별하다고.
정확히 당신과 똑같은 패턴을 보이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으며 당신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바라보는 세상은 오로지 내 눈에만 비친다고 말한다. 그렇게 특별한 자신인데도 언제부턴가 우리는 자신을 들여다보기는커녕 남을 의식하고 계속해서 밖으로만 시선을 돌리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 고유의 패턴을 찾게 하고 자신만의 붉은 실을 찾아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도록 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원하는 이상향의 패턴을 정답인 양 앞서 준비하고 강요한다. 그렇게 학습된 아이들이 커서 직장에 나가면 이는 고스란히 일에 반영되고 그렇게 자신만의 고유함을 찾기보다 튀면 안 되는 것으로 적당히 사회와 타협하게 된다.
일에서 사랑을 찾으라고? 내가 하는 일 자체가 사랑과 거리가 뭔데 어떻게 찾으라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매일 온종일 사랑할 수 있는 완벽한 일을 찾는 게 아니다. 우리는 먼저 하루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나 상황, 순간, 사건을 하나라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일은 그저 해야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떠올리기만 해도 버겁고 지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일이 주는 장점이 보람과 보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보람은 간데없고 보상만이 쓸쓸히 남아있었다. 기지개 켜는 봄과는 반대로 동면을 취하듯 무거운 마음가짐의 내게 이 책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너 앞으로 계속 일 할 거야?
이렇게 즐기지 않고 지친 감정으로 계속해서 일하기는 힘들어. 현실적인 상황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일을 할 수는 있겠지. 그렇지만 점차 너를 잃어갈 거야. 일하는 순간순간 다양한 사랑의 순간들에 관심 갖지 않는다면 너만의 붉은 실은 끝내 찾을 수 없어. 그럼 끝내 일에 지배당한 채 언젠가 손을 놓고 말겠지...
일을 사랑하는 게 어려워?
그냥 오늘 하루 일하면서 잘했고 즐거웠고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오늘 그리고 한 주의 일하는 순간순간에 조금씩 녹여내 보자. 그렇게 나만의 붉은 실을 찾고 점차 넓히다 보면 언젠가 일과 사랑이 함께 존재하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거야.
이튿날 아침 노트북 전원을 켰다.
잠을 설친 탓에 눈은 무거웠지만 머리는 맑았다.
나만의 붉은 실을 찾아야겠다 마음먹으니 조금은 설렌다.
아마 내 몸에선 일찍부터 준 신호일지도 모르는데 난 무엇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오늘부터 탐정의 눈으로 나를 한번 들여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