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끝까지 해내는 사람인가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
바로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다.
22년도 8월 90세를 일기로 타계했지만 그의 경영이념과 인생관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여전히 뿌리내리고 있다.
그는 27세에 창업한 교세라를 현재 시총 2조 6천억 엔의 대기업으로, 84년에 설립한 KDDI를 시총 약 10조 9천억 엔의 거대 통신회사로 성장시켰으며 파산에 직면한 JAL 항공의 무보수 회장직을 맡은 지 2년여 만에 회사를 부활시켰다.
살아생전에 55권의 책과 18권의 공저를 남길 만큼 저술 활동에도 힘썼으며 일생으로 검증했던 자신의 삶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힘썼다.
처음에는 책의 제목만 보고 무언가 특별하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다. 그저 좋은 말 맞는 말들을 엮어놓은 명언집이겠거니 여겼다.
1~2장의 짧은 메시지를 한 챕터로 엮었기에 전 장에 걸쳐 쉬어가는 호흡이 비교적 잦았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평소 책을 읽으면 다시 한번 읽고자 줄을 긋곤 하는데 다시 펼친 책의 대부분에 줄이 그어져 있어 책을 다시 읽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다시 한번 곱씹고 싶었던 울림 있는 문장들이 많았다.
이 책은 경영의 리더들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필요한 마음가짐과 철학 그리고 행동방식까지 저자의 모든 생각과 경험을 고스란히 담았다. 직접 경험했고 실제로 이루어 냈기에 여전히 경영의 두려움 앞에 외줄 타기하고 있는 일선의 리더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하지만 비단 리더가 아니더라도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그리고 방향성 역시 생각해 볼 수 있기에 나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이나모리가즈오 회장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두 개가 있는데 바로 '이타심 경영'과 '아메바 경영'이다.
첫 번째는 이타심 경영이다.
이타심에서 그 대상은 회사 직원들의 행복이고 나아가 사회 그리고 인류에의 공헌이다. 이렇듯 자신의 사적인 욕심과 욕망보다는 나와 함께하는 직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행복까지 생각해 막중한 책임감으로 평생 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지 않을 노력을 강조하며 끊임없이 열망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나아갈 수 없다는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행동을 몸소 이어갔다. 아침에 눈뜨고 저녁에 눈감을 때까지 일을 생각하고 계속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면서 오히려 더 큰 목표를 세움으로써 어려움에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리더라면 직원들이 믿음으로 따를 만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가장 일찍 출근했고 또 가장 늦게 퇴근했다.
요즘은 기술도 좋아지고 직장 문화 역시 달라졌기에 리더의 솔선수범이 어쩌면 가식과 꼰대라는 부정적 프레임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차이는 바로 직원들의 리더에 대한 '신뢰'다. 리더에게 이러한 신뢰가 있다면 아마 리더의 솔선수범을 진심으로 느끼고 자연스럽게 믿고 따르게 된다.
두 번째는 아메바 경영이다.
이는 회사 전체 조직을 기능과 역할로 세분화하고 마치 원생동물 아메바가 이리저리 유연하게 모습을 변화시키듯 경영환경에 따라 세분화된 조직을 발 빠르게 변화시켜 시간당 채산(이익/노동시간)이라는 공통된 기준에 따라 각 조직의 채산성을 높이는 전략을 뜻한다.
이것은 비용이나 매출에서 더 나아가 전 직원이 리더와 동일한 수준의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관리회계 제도이자 인재양성 시스템이다. 이는 '전원 참가형 경영'을 가능하게 하고, 이것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앞선 '이타심 경영'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이는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직원의 행복 나아가 사회로의 환원을 위해 리더로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솔선수범했으며, 직원들 역시 각자가 따로 또 같이 한 방향으로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믿고 리더와 함께 나아갔기에 얻을 수 있었던 값진 성과이다.
나는 회사에서 받은 만큼 일해야지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동료들과 웃으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했던 말이었는데 일이 힘들 때나 하기 싫을 때 어김없이 그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의 말이란 한번 뱉으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난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잘 알고 있는가.
될 이유를 찾기보다 안 될 이유만 나열하지는 않았는가.
누구보다 내 일에 치열하게 노력했는가.
충분히 달성가능한 목표들도 비현실 적이라 여기며 매일 지친 몸을 이끌고 자석에 끌리는 직장으로 향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곳이 아닌 더 나은 곳을 찾지만 이마저도 노력하지 않고 그저 마음속 파랑새만 떠올리진 않았을까.
노력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날 때부터 천재이며 날 때부터 부자들과는 물론 출발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인생이란 끝을 알 수 없는 마라톤이기에 아직은 해볼 만하지 싶다.
아이가 문제를 풀다가 힘들어할 때 나는 말한다.
" 그럼 포기할 거야?"
그럴 때마다 승부욕이 강한 아이는 말한다.
" 아니, 나 포기 절대 안 해!"
아이에게는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고 이야기하면서 부모인 내가 포기할 수는 없지. 아이의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 역시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될 때까지 나 역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