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떨리는 신혼여행

살 떨리는 추억

by 메이쩡


우리의 첫 신혼여행지, 꿈에 그리던 하와이.


일정을 짜면서도 설레고, 비행기를 예약하면서도 설레고,

식당을 예약하면서도 설레고, 그냥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벅찼던 그곳.


결혼이 하고 싶은 건지 하와이가 가고 싶은 건지 모를

정도로 그저 설레기만 했다.


하와이 공항에 도착한 후, 한국에서 미리 렌트한 차를 찾으러 갔다. 그때는 꿈에도 몰랐다. 이게 전쟁의 서막이 될 줄은...


차량을 렌트하기 위한 수속을 간신히 마치고,

차량 조수석에 탄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을 외쳤다.

하지만 웬일인지 출발을 하지 않는 차.

차의 이곳저곳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남편.


" 오빠 뭐해? 출발 안 해? "


" 사실, 내가 면허는 일찍 땄는데 잘 안 몰아봐서..."


" 뭐라고?????????? 미리 말하지, 그럼 차 예약을 안 했을 텐데... 나도 장롱 면허인데... 지금 여기 와서 고백하면 어떻게 해!!! "


정말이지 울고 싶었다.

남편은 분명 운전을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래서 국제면허증도 발급받았고, 그렇게 순조롭게 렌트를 했는데... 사실 운전 면허증만 있지 운전 경험이 얼마 없는 그야말로 생 초보였던 것이다.


" 일단 출발 하자. "


나는 놀라고 화나는 마음을 꾹꾹 억누르고 어찌어찌 출발을 했다.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최저 속도로 달리던 우리는 안전이 제일이라며 뒤에서 연신 울리는 크랙션 소리를 무시라도 하듯 조심스럽게 달렸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분명 맑은 하늘이었는데,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

비가 안 와도 시야 확보가 어려웠는데, 비까지 오다니....


백미러, 사이드 미러를 보는 게 익숙할 리 없던 남편에게

그때부터 나는 남편의 백미러가 되었고, 사이드 미러가 되었다. 문이 닫힌 상태에서는 거울도 잘 보이지 않아,

남들은 걸어 닫는 문을, 우리는 대문처럼 활짝 열어야만 했다.


" 뒤에 차와. "

" 왼쪽으로 조심히 들어가도 돼. "

" 오른쪽으로 붙어. "


답답한 나는 연신 짜증을 냈고,

역시 당황스럽고 겁도 났던 남편도 짜증을 냈다.


설상가상으로 와이퍼의 작동법도 몰랐던 남편

나 역시 장롱면허라 차를 몰아본 경험이 없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몰랐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 나는 운전 베테랑인 동생에게 바로 페이스톡을 걸었다.


" 동생, 나 지금 차로 달리고 있는데 오빠가 초보야.

와이퍼 어떻게 켜야 돼? "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침착한 동생의 안내로 와이퍼가 간신히 작동하고,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한 비에 놀란 가슴을 쓸어 담으며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 없이

침대에 그대로 쓰러져 누웠다.


" 휴, 그래도 우리 살아서 들어왔다. "


" 고생했어요... 근데 우리 내일은 어쩌지? "


우리의 내일 일정은, 그 운전 배테랑들도 힘겨운 난코스.

구름 위의 산책이라 부르는 할레야 칼라. 아침에 뜨는 태양과 구름을 내 두발 아래 두는 꿈만 같은 경험.


<할레아칼라 정상>


하지만, 그 꿈만 같은 경험을 위해

내 생명을 담보로 삼고 싶지는 않았다. ㅎㅎ


" 우리, 내일 그 일정은 취소하고, 시내로 가자. "


" 그래, 거긴 안 되겠다. 미안해 여보 그리고 고마워.

내가 언젠가 꼭 데려갈게... "


그래,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힘든 난관이 많을 것인데,

지금 여기서 이 정도로 굴복하면 안 되지.

어딜 가든 즐기면 되는 거야.

그래, 언젠가는 꼭 가보자.


그때는 정말이지 살 떨리는 경험이었는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우리에겐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추억이란 그런 것 같다.

당시에는 죽을 만큼 힘들기도 하고 또 영원할 것처럼 행복하기도 하지만 그 무엇이 되었든 시간이 지나면 모두 웃으며 곱씹을 수 있는 것.


그래서 지금은 웃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할레야 칼라를 포기한 나의 선택을 칭찬하며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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