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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은 위인전이 아니야

마흔에 쓰는 자서전 by 데이브

by 메이쩡


얼핏 책 제목만 보고서는 작가 본인의 자서전이라고 여겼다. 저자가 인생의 중반부에 서서 지난 길을 되돌아보고 다가올 앞날을 위해 마음을 재정비하기 위한 이야기를 담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은 아니었다.

이 책은 저자 본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인생의 중반부에 도달한 이들이 본인만의 자서전을 쓸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자서전을 쓰는 것에는 어떠한 제약도 없거니와 누구나 본인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시기별, 테마별로 굵직한 뼈대를 잡고 중요 사건을 중심으로 간결하고 진실되게 쓰라는 것이다.


그 방법을 일러주기 앞서 매 챕터에서 일찍이 자서전을 써서 많은 이들의 주목과 사랑을 받았던 유명인들의 사례들을 적었다. 그들의 화려한 이름에 가려진 굴곡진 삶의 흔적들이 새삼스러우면서도 의미 있게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나자 결국 한 가지 물음이 생겨났다.

' 나도 자서전을 쓸 수 있을까?'

마흔 이전의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어도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서전이란 무언가 역사에 길이 남을 법한 사람의 이야기가 쓰인 무거운 무엇인가로 여겼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의 일기가 자서전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마흔이 넘으며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겪어내면서부터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내가 지나온 길이 평탄했든 아니면 굴곡지든 이 길을 걸어온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같은 길이라도 다른 생각과 선택을 하며 지나왔으니 비록 목적지는 같을지라도 남긴 흔적은 분명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은 지금 있는 이곳에 집중하겠지만 나라도 지나온 그 길을 보듬어보고 현재의 길을 다시 한번 두드려 나아갈 길을 재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쩌면 자서전을 어쩌면 위인전과 동일시하지 않았나 싶다. 말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성과와 업적이 있어야만 지나온길이 인정되는 것으로 여겨 눈에 보이는 것에만 더 의미를 두었던 것 같다.


평범하더라도 이는 나만의 특별한 인생이거늘 설사 레드카펫을 걷지 않더라도 나만의 흙길에 관심과 온정을 베푸는 이는 결국 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지나온 시간의 경계와 그 흔적 모두 흐릿해져 버렸지만 시간을 들여서라도 조금씩 기억해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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