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가 만든 이야기

신박듀오, 예술의전당 공연 감상기

by Double P

1. 신박한 이름, 신박듀오


아마 '신박듀오'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운전하던 중 라디오에 출연한 두 피아니스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였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이름 한번 신박하네. 새롭게 결성한 팀인가?'라고 생각하며 두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참 잘못짚었더랬다.


신미정 피아니스트와 박상욱 피아니스트 두 사람의 성을 합쳐 '신박듀오'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그게 벌써 10년 전이란다. (신박듀오라는 이름은 신미정 피아니스트의 남편이 지었다고 한다)


205년 9월, 피아노 듀오 콩쿠르로서 세계 최고 권위의 독일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하고, 2016년 12월 동양인 피아노 듀오로서는 최초로 제4회 모나코 국제 피아노 듀오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가히, 피아노 듀오의 새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라디오에서 들었던 익숙한 이름이 실제로 예술의 전당 무대 위에 올랐을 때, 묘한 친근감이 밀려왔다. 두 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마주 보고 놓인 풍경만으로도 특별했는데, 그 위에 그들의 이름이 겹쳐지며 공연의 첫 장면이 열렸다.

신박듀오, 신박하다

2. 두 대의 피아노, 두 사람의 대화

두 대의 뵈젠도르퍼 280VC

피아노 듀오 공연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연주가 시작되자,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좌우를 오갔다. 한쪽이 음을 던지면 다른 쪽이 받아내고, 다시 되돌려주는 모습은 마치 대화 같았다.


실제로 두 연주자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 서로 눈을 맞추며 호흡을 주고받았으며, 연주 중간중간에 눈빛으로, 표정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듯했다.


특히, 박상욱 피아니스트는 표정과 몸짓이 시원시원해서 더 피아느스트 사이에 오고 가는 호흡을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은 귀뿐만 아니라 눈으로 즐기는 경험임을 새삼 확인한 순간이었다.



3. 감동보다 깔끔함


모차르트는 역시 모차르트였다.


"깔끔함과 명료함"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었고,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할 때마다 다다르고 싶은 경지였다.


교향곡 제40번과 소나타 k.448과 같이 익숙한 곡들에서는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었고, 처음 들어보는 라르게토와 알레그로 내림마장조나 아다지오와 푸가 다단조에서는 조금 더 집중해야 했다.


그런 낯섦 속에서도 모차르트가 가진 재치와 천재성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음악이란 게 꼭 가슴을 울리는 거대한 감동이 아니어도 나의 기분을 환기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그는 천재다

4. 지휘하는 소년


1부 공연 중, 객석에서 시선을 빼앗긴 장면이 있었다.

무대 제일 가까이 앉은 한 남학생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이 음악에 맞춰 팔을 휘두르며, 마치 지휘자처럼 무대를 이끌고 있었다.


처음엔 '저게 뭐 하는 거지? 보호자가 없나?'라고 다소 불편하게 느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조금 생각이 바뀌었는데, 모든 무대가 끝나고 밖으로 나갔을 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학생은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이었다. 얼마나 음악이 좋았으면, 눈 대신 온몸으로 반응했을까. 잠시나마, 그 학생에게 불평을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2부 공연에서는 그 학생의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혹시 다른 관객들의 시선이나 항의 때문에 자리를 비운게 아니었길 바랐다.


그 학생의 귀와 마음에 두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오롯이 와닿았길 희망한다.



5. 마지막 곡, 그리고 나의 꿈


공연의 마지막은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장조, k.448.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비롯해 너무나도 대중에게 친숙한 이 곡은, 밝고 경쾌한 에너지로 객석을 가득 채웠다. 신박듀오의 두 피아노는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서로를 감싸며 무대를 완성했다.


이 곡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언젠가 아들과 함께 이 곡을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무대를 갖는 것이다. 아니다. 글을 쓰는 지금 버킷리스트를 조금 수정하겠다. ㅡ무대가 아니어도 좋다. 거실 한쪽이든, 연습실이든, 그저 건반 위에서 웃음을 주고받으며 이 곡을 연주해보고 싶다.



6. 공연이 남긴 것


예술의전당을 나서는 길, 모차르트의 선율이 여전히 귓가를 맴돌았다.


이번 공연은 내게 거대한 감동 대신 산뜻한 기분, 눈으로 즐기는 재미, 그리고 음악이 닿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는 확신을 남겼다.


감동을 쫓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이 어떻게 내 마음에 닿는지 느껴보기 위해 앞으로도 공연장을 많이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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