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은 부엌에서, 음악은 귀에서 만들어진다
무대 위 첫 건반을 누를 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생 첫 ‘연주회’를 준비 중이다.
매년 한 번, 같은 선생님께 배우는 분들이 가족들을 모시고 무대를 가진다.
나는 올해 처음 참가한다. 기대와 설렘, 그리고 낯선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처음이라 곡도 남들보다 조금 일찍 정했다.
무려 8개월 동안 붙잡아온 곡.
그만큼 이번 무대는 나에게 특별하다.
내가 선택한 곡은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
아라베스크란, 식물의 줄기와 잎이 끝없이 얽혀 만들어내는 문양이다.
그 설명을 듣는 순간, 곡의 선율이 눈앞에 그려졌다.
왼손의 아르페지오는 물결처럼 밀려오고, 오른손의 선율은 그 위를 스치며 빛을 흩뿌린다.
마치 햇살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바닥 위에 무늬를 새기는 듯하다.
드뷔시는 아마 그 섬세한 순간을 음악으로 붙잡아 두고 싶었던 게 아닐까.
8개월을 연습했어도 여전히 불안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연주 영상을 찍어 선생님께 보여드렸다.
칭찬을 기다리며.
그런데 예상치 못한 말이 돌아왔다.
“누가 선율을 그렇게 뭉뚱그려 치냐.”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니… 그 정도로 엉망인가요?’
하지만 다시 들어보니, 그 말이 맞았다.
나는 내 소리를 똑바로 듣지 못하고 있었다.
멜로디는 희미했고, 왼손은 힘만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내는 소리를 예민하게 들어야 한다”**는 것을.
예전에 운동할 때도 비슷했다.
근육은 헬스장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부엌에서, 내가 먹는 음식에서 만들어진다고.
운동보다 중요한 건 결국 무엇을 먹느냐였다.
피아노도 마찬가지였다.
손가락이라는 도구(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결국 연주를 완성하는 건 귀였다.
내 귀가 제대로 듣고 반응할 때 비로소 음악이 태어난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효과는 연습 한 달보다 컸다.
칭찬보다 백 배 값진 조언이었다.
이제 남은 건 단 100일.
꾸준히 연습해서, 공연장을 찾아와 주실 가족들께
“아, 오늘 와서 정말 좋았다.”
그 한마디를 꼭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