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뮤직 라이프'를 꿈꾸며
우리 집에 처음 피아노가 들어온 건 2015년 여름이었습니다.
아내가 첫 임신을 하고, “태교엔 모차르트가 좋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디지털 피아노를 샀죠.
하지만 현실은…
피아노는 곧 ‘거실 한쪽의 흰색 가구’가 됐습니다.
현실 생활에 치여 즐길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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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가 다시 주목받은 건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입니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면 손가락·두뇌 발달에 좋다”는 여러 이유가 있잖아요?
팔랑귀인 우리 부부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정방문 레슨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년쯤 지났을까요.
처음 ‘젓가락 행진곡’을 신나게 치던 날은 참 뿌듯했습니다.
특히 작년 베트남 여행 때 호텔 로비의 그랜드 피아노로 연주하던 모습은 아직도 선합니다.
대리석 바닥 위, 단조로운 로비의 공기에 피아노 소리가 번지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습니다.
그러다 호텔 직원이 허겁지겁 달려와 “No play!”를 외쳤지만, 그 짧은 순간만큼은 아이가 무대 위 연주자처럼 빛나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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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기초를 꼼꼼히 다집니다.
화성학, 스케일, 반음계… 부모 입장에선 “왜 이렇게 느리지?” 하는 조바심이 들지만,
기초가 쌓이면 언젠가 꽃이 필 거라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솔직히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연습 부족입니다.
집으로 오는 레슨은 학원과 달리 연습까지 챙겨주지 않으니까요.
퇴근 후 “이제 피아노 좀 치자”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몇 번의 한숨이 섞입니다.
그래서 작년 가을부터 제가 직접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까 싶어서요.
첫째가 숙제를 스스로 할 때(아주 가끔이지만)는 제법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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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첫째는 피아노보다 리코더에 빠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빠가 피아노 앞을 차지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요.
그래도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은 변치 않는 듯합니다.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아들과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
혹시 리코더에서 오보에나 클라리넷으로 이어진다면, 버킷리스트를 수정하면 되죠.
부모의 설레발은 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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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첫 피아노는 실력을 만드는 출발선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음악을 ‘평생 친구’로 받아들이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처음엔 거실의 가구였지만, 그 피아노 덕에 아이가 음악을 접하고,
또 다른 악기까지 다룰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피아노인지 모릅니다.
이제 우리 집 거실에는 소리가 가구처럼 놓여 있습니다.
아침엔 두드리는 아라베스크가, 저녁엔 경쾌한 바이엘이 흐릅니다.
창밖 풍경과 뒤섞인 그 소리가 하루를 부드럽게 덮어줍니다.
p.s. 예전 피아노는 얼마 전 첫째 친구 집으로 옮겨져 또 다른 시작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피아노님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