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당신

by 모카모카

*


“그 사람한테 그건 유머가 아닐 것 같은데?”

치킨을 한 입 베어 물고는 오물오물 씹으며 현조가 말했다. 나는 캔맥주 하나를 더 딴 뒤 그럼 뭔데? 하고 물었다.

“글쎄, 어쨌든.”

“무슨 대답이 그래?”

“상황이 좀, 그렇잖아. 보험 하나 팔아보겠다고 온 사람한테.”

“보험 하나가 아니지. 그 사람은 단순한 보험설계사가 아냐. 부장의 처남, 미래모빌스 무소불위의 권력자 정은신 부장의 처남이라고.”

흥분할 뻔했다.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현조는 왜 내 편을 들지 않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그 작자를 편드는 것일까. 단순한 보험설계사가 아니라 부장의 처남이라는데도 왜 의견을 번복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일까.

“유머가 아닐 거 같다는 거, 그렇게 느끼는 네가 이상한 거 아니냐?”

“뭐 그럴지도.”

이건 또 뭐지? 현조가 고개까지 끄덕이며 너무 쉽게 수긍했다. 나는 맥주를 마셨다. 왼쪽 겨드랑이 쪽이 가려워서 긁었다. 대패로 나무 긁는 소리가 났다. 왼쪽 손목도 가려워서 긁었다. 내가 말했다.

“그 사람이 먼저 시작했어.”

“뭘?”

“그럼 비행기를 자주 타시겠습니다? 이게 사고 나서 죽을 확률이 높으시겠습니다, 랑 뭐가 달라.”

“아.”

“대화의 방향을 돌릴 필요도 있었어.”

“왜?”

“난 보험을 안 들 거니까. 그런데 그 사람은 자꾸 보험 얘기만 하니까.”

그렇구나, 말하며 현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맥주를 마셨다. 현조는 샐러드를 먹었다. 현조가 말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뭘?”

“보험 안 들 거라고. 그랬으면 그 사람이 자꾸 보험 얘기를 하지는 않았겠지.”

“넌 부장은 안중에도 없구나. 내가 계속 말했잖아. 그 사람 부장 처남이라고. 거절당했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되는 상대라고.”

아, 하더니 잠시 후 현조가 무심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선배는, 사람을 관계망 속에서 파악하는구나. 개인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 작자는 그래야 해. 왜? 다른 누구도 아닌 부장, 부장의 처남이니까.”

강박……, 현조가 중얼거리다 말았다.

나는 텔레비전을 보았다. 얼른 집에 가서 출장 준비를 해야 했지만 꼼짝도 하기 싫었다. 퇴근 후 내가 한 일이라고는 치킨을 사 들고 현조네 집에 와서 소파에 기대 앉아 가끔 손만 움직여 맥주를 마시고 치킨을 먹는 것뿐이었다.

현조에게 전화하지 않았다면, 우리 치킨 먹을까? 물어보지 않았다면 얘기가 달랐을 수도 있다. 아니, 틀림없이 달랐을 것이다. 나는 어딘가로 새지 않고 곧장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은 뒤 설거지를 했을 것이고, 청소기를 돌렸을 것이고, 여행 가방을 꺼내 2박 3일 치의 짐을 쌌을 것이다. 그런 다음엔 욕실로 들어가 한바탕 샤워를 하고는 얌전히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치킨도 먹지 않고 맥주도 마시지 않고 말이다.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미치도록 집에 가고 싶었다. 설거지가 하고 싶었다. 청소기를 돌리고 싶었다. 여행 가방을 활짝 펼쳐놓고 정성스럽게 짐을 싸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꼼짝하지 않았다. 냉장고에서 새 맥주를 꺼내 오는 일조차 아주 힘겹게 해냈다.

“그냥 하나 들어주지.”

현조가 말했다. 딴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응? 뭘? 하고 물었다.

“보험. 보험 하나쯤 있어도 괜찮잖아.”

“내 취향이 아니야.”

“보험 드는 데도 취향 따져?”

“보험 자체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아. 오케이.”

그러면서 현조가 살짝 웃었는데, 내 눈에는 마치 나를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나는 현조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넌 그 이상한 미소 때문에 적이 많은 거야. 남들을 비웃는 것 같고 무시하는 것 같아. 좀 더 겸손한 표정을 지을 필요가 있어.’ 하지만 말하지 못했다. 100퍼센트 그렇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 미소가 승자의 여유로움으로, 자신만만함으로 보일 때도 있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 예를 들면 ‘노스 앤 유’ 브랜드 론칭 파티에서 현조가 이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을 때.

“북유럽 정통 아웃도어 노스 앤 유. 내 작품이야.”

그때 나는 현조를 보며 얼마나 대견해했던가. 자랑스러워했던가.

“여기는 한국인데 왜 북유럽 정통 아웃도어야?”

내가 묻자 현조가 대답했다.

“그냥.”

그 무성의한 대답마저도 쿨함으로, 자신감으로 보이지 않았던가. 나 같으면 구구절절 설명했을 텐데. 적이 많거나 말거나 그 뒤로도 현조는 승승장구했고, 급기야 최연소 팀장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나는 현조를 바라보았다. 배고프다고 할 땐 언제고 두어 조각 먹고 나더니 치킨엔 손도 대지 않았다. 샐러드도 몇 번 깔짝거리다 말았다. 치킨 두 마리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나는 맥주를 마시며 쉴 새 없이 채널을 돌렸다.

“집중해서 보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한 군데 놔두지?”

현조가 말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현조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집중해서 볼 만한 프로를 반드시 찾고야 말겠다는 오기 같은 게 생겼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다.

“저것 좀 봐!”

내가 소리쳤다. 맥주 캔을 집으려던 현조가 고개를 들고 텔레비전을 보았다. 제복 입은 남자들이 흙더미를 파헤치고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제복 입은 남자들이 힘겹게 산비탈을 오르고 있었다.

“산사태가 나서 수십 명이 매몰됐대!”

인도 동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주민 수십 명이 죽고, 수십 명이 매몰됐다는 뉴스였다. 기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인근 부대의 군인과 구조대원들이 총동원되었지만 2차 산사태의 위험이 높아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내 꿈이 구조대원이 되는 거였는데!”

나는 좀 더 잘 보기 위해 똑바로 일어나 앉았다. 카메라가 흙더미에 깔린 마을을 훑었다. 군인과 구조대원들이 마을 전체에 새카맣게 달라붙어 삽으로 흙을 퍼내고 있었다. 삽질하던 구조대원 하나가 헛손질을 한 듯 옆으로 넘어졌다. 또 다른 구조대원 하나는 허방에 발이 빠져 허우적거렸다. 자세히 보니 그러는 구조대원이 한둘이 아니었다. 화면에 조그맣게 나와서 잘 보이지 않을 뿐 여기저기서 넘어지거나 허우적거렸다. 구조는커녕 제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쟤들 구조대원 맞나? 왜 삽질 하나 제대로 못하는 거지? 훈련이 덜 된 건가?”

그 순간 구조대원 하나가 또 허방에 빠졌다. 동료 대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그를 끌어냈다.

“저런 바보! 바닥을 딛기 전에 삽으로 먼저 두드려봐! 단단한지 아닌지 알아봐야 할 거 아냐! 네가 딛고 선 곳은 원래 땅바닥이 아니라고! 흙이야, 흙! 산에서 굴러 내려온 흙! 산사태가 났잖아! 생각 좀 하고 움직여!”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소리쳤다. 현조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저 자리에 내가 있었어야 했는데! 내가 삽질 하나는 정말 끝내주거든! 그냥 구조대원이 될 걸 그랬나.”

그러자 말없이 나를 쳐다보던 현조가 물었다.

“신나?”

“응? 왜 그렇게 물어?”

“그냥. 신나 보여서.”

“신나긴 누가 신났다고 그래. 그냥 내가 삽질을 잘한다, 이런 말이지.”

현조는 대꾸하지 않았다. 땅콩 하나를 집어 입에 톡 던져 넣더니 오도독 소리 내어 씹었다.

“진짜야. 신난 거 아니고 안타까워서 그래. 수십 명이 매몰됐다잖아. 얼른 구해야 하는데 자꾸 넘어지고 그러니까.”

“알았어.”

현조가 또 땅콩 하나를 집더니 입에 톡 던져 넣고는 오도독 씹었다. 알았다고는 했지만 결코 알아들은 표정이 아니었다.

“사람이 수십 명이 죽었는데 신나 한다면 그건 인간도 아니지. 아니 피도 눈물도 없는, 지독한, 벌레만도 못한 인간이지. 너 나 알잖아? 내가 얼마나 마음 약한 사람인지.”

“응.”

“너 알지? 내가 길 가다 나물 파는 할머니만 봐도 안 사주고는 못 배긴다는 거. 시들어서 축 늘어져 있는데도 다 사주잖아. 사무실에 껌이나 칫솔 같은 거 팔러 오는 애들한테도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꼭 사주는 것도. 마트보다 몇 배나 비싼데도.”

“응, 알아.”

현조가 맥주 캔에 입술을 대고는 쪽 소리를 내며 맥주를 마셨다.

“좀 길게 대답해주면 안 돼? 응, 알아, 이런 거 말고.”

“그럼 어떻게?”

“길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넌 알잖아? 알지?”

“글쎄.”

“좀 전엔 내가 얼마나 마음 약한 사람인지 안다며?”

“내가 그랬어?”

“네가 그런 건 아니고 내가 한 말에 응, 이라고 대답했지.”

“그렇구나.”

“그렇구나는 또 뭐야. 바로 좀 전에 네가 대답한 거잖아. 기억 안 나?”

“기억나.”

“거짓말. 넌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건성이야. 대답도 건성건성, 내가 왔는데도 건성건성. 마음에도 없는 말을 건성으로 하니 기억날 리가 없지.”

“선배 화났어?”

“그래! 화났어! 산사태가 나서 사람이 수십 명이 죽고 다쳤는데 신나냐고 물어보는 건 어느 나라 예의야! 내가 그렇게 매몰찬 인간으로 보여? 구조 늦어질까봐 걱정돼서 한 소리에 신나냐고?”

“그래, 선배는 신나지 않았어.”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나 내일 일본으로 출장 가야 한다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 벌써 열 시야! 집에는 언제 가고 짐은 또 언제 싸! 언제 씻고 자냐고!”

“출장 간다고 얘기하지 그랬어?”

“네가 물어봤냐고!”

“아, 그렇네. 그럼 얼른 집에 가.”

“자고 가란 소리는 죽어도 안 하지! 벌써 열 신데 자고 갈래 한 번 물어보지도 않아!”

“짐 싸야 한다며?”

“예의상 물어보는 것도 못하니?”

“한 명 구조됐네.”

“응?”

“저기. 한 명 구조됐다고.”

현조가 턱짓으로 텔레비전을 가리켰다. 온몸에 흙을 뒤집어쓴 노인이 구조대원들의 손에 이끌려 반쯤 무너진 집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또 한 명 구해냈어. 저기 봐. 구조대원들 능력 있네.”

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현조가 말했다. 뉴스 화면은 들것에 실려 나오는 주민과 환하게 웃는 구조대원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여주고 있었다.


*


“그래서?”

불안한 눈빛으로 목 대리가 물었다. 나는 말없이 뒤통수를 보여주었다. 내 뒤통수에는 곰돌이가 그려진 커다란 밴드가 붙어 있었다. 이게 뭐? 말하던 목 대리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출장에서 다친 거 아니었어? 설마?”

나는 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 목 대리가 말했다. 목 대리는 누군가의 귀나 눈이 있지 않은지 살피듯 주위를 둘러보았고, 목소리를 낮추어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 한 번 더 말했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많이 다쳤어? 물었을 때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목 대리가 말했다.

“이거 떼봐도 돼?”

“떼보는 건 자네 자유지만 아마 뒷감당이 힘들걸.”

“무슨 뜻이야?”

“내용물이 쏟아질지도 모르니까. 피와 살점과 세포와 신경조직 같은 것들.”

“뭐야? 그 정도야?”

“농담이야.”

“응?”

불안으로 번들거리던 목 대리의 눈빛이 한순간에 멍해졌다. 나는 뒤통수의 밴드를 떼고 보여주었다.

“뭐야? 멀쩡하잖아?”

나는 대답 대신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밴드는 왜 붙였어?”

나는 뒤통수에 밴드를 다시 붙이며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골랐다.

“내 몸 어딘가에 이런 걸 붙이고 있으면 왠지 든든해. 용기가 생긴다고나 할까.”

“도대체 왜?”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내 의견을 관철시켜야 하거나 큰 용기가 필요할 때 항상 밴드를 붙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를 못마땅해하던 선생이 있었다. 내 성격, 말투, 옷 입는 스타일까지 트집 잡으며 시시콜콜 잔소리를 해댔다. 결론은 늘 같았다. 너를 위해서 하는 충고이니 새겨들으라는 것. 지금의 너는 사회에 나가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 어느 날 밤 나는 얼굴에 밴드를 세 개나 붙이고 선생의 하숙집으로 찾아가 당신은 멍청이야, 하고 소리쳐주었다. 하숙집 안의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선생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고, 선생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이후 다시는 내게 잔소리하지 않았다.

“나도 몰라.”

“혹시 그런 심리가 아닐까. 밴드를 붙이고 있으면 뭔가 좀 거친 사내가 된 듯한 착각이 드는 거.”

그렇게 말하며 목 대리는 옥상에 비치된 철제 테이블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래서 용기가 생겼어?”

“글쎄, 그럴지도 아닐지도.”

나는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 늘 하던 대로 밴드를 붙였지만 이번만큼은 밴드의 효과가 있었다고 잘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반품 처리는 어떻게 됐어? 부장이 물었을 때 나는 재빨리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부장의 서슬에 눌려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똑바로 대답하지 못해! 부장이 다그쳤을 때도 신속, 정확, 명확하게 말을 하지 못하고 부장의 눈치를 보며 내일쯤……, 하고 얼버무렸다.

“재납품일자는 언제야?”

“한 달…… 뒤인데요……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고…….”

“뭐야? 한 달? 한 달 만에 그 물량을 다시 보내라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저도 힘들다고 했는데…… 그쪽이 워낙 강경해서…….”

“협상 제대로 한 거 맞아?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멍청하게 있다 온 거 아냐?”

부장이 억울하게 몰아갔을 때도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 아닌 항변을 했다. 밴드의 효과를 의심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한 방은 바로 이것이었다. 보고를 마치고 내 자리로 돌아오는데 부장이 이렇게 빈정거린 것이다.

“뒤통수에 그건 또 뭐야? 늘 흐리멍덩 정신을 빼놓고 있으니 다치기나 하지. 제발, 우리 정신 좀 챙기고 살자.”

그런데 말이야, 테이블에서 일어서며 목 대리가 말했다.

“외근 나갔다 왔더니 사무실 분위기 장난 아니던데 왜 자네만 그렇게 잡지? 불량 나면 손해 막심한 건 알지만 솔직히 불량이 자네 잘못은 아니잖아. 품질개선팀, 구매자재부, 공장 다 놔두고 왜 영업 담당인 자네를 닦달하냐고. 솔직히 우리가 무슨 잘못이야.”

말의 내용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게도 목 대리의 목소리는 가까이 선 나조차도 간신히 알아들을 정도로 낮았다. 목 대리가 다시 속삭이듯 말했다.

“영업을 족치려면…… 자네보다야 부장 책임이 더 크지. 일본이 부장 관할인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납품할 땐 같이 갔으면서 이번에 불량이라니까 자네 혼자 보낸 것도 이해할 수 없어.”

역시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목 대리밖에 없었다. 그게 고마워서 나는 고마워, 하고 말했다. 목 대리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아서 나는 다시 진심이야, 덧붙였다. 그러자 무슨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목 대리의 표정이 비장해지더니 그런데 말이야, 하고 서두를 꺼냈다.

“이유가 그거뿐일까?”

무슨 뜻이냐고 내가 물었고, 부장 말이야, 하고 목 대리가 말했다.

“부장이 유독 자네만 못살게 굴잖아.”

“불량 문제 말고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거야?”

“아마도. 내 생각엔.”

“뭔데?”

“나야 모르지. 스스로 생각해내.”

“뭘까…… 뭐지…….”

“잘 생각해봐. 거기에 자네의 목숨이 달려 있을 테니까.”

목 대리가 시계를 보더니 20분이나 지났어, 하고 말했다.

“우리가 옥상에 올라온 지.”

“그만 내려갈까?”

나도 시계를 보며 말했다. 목 대리를 너무 오래 잡아두고 있었다.

“응. 메일 보낼 데도 있고.”

돌아서서 걷는데 문득 목 대리가 말했다.

“위치가 달라졌어.”

“응?”

“밴드 붙인 위치가 처음과 달라졌다고.”

“아, 그래? 거울이 있으면 좋을 텐데. 미안하지만 자네가 다시 붙여줄래?”

“그러지.”

목 대리가 밴드를 떼고 다시 붙이는 동안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발밑의 그림자만 본다면 우리는 영락없는 샴쌍둥이였다. 몸통 하나에 머리 두 개, 다리 네 개인.

“지금 막 깨달은 게 있어.”

밴드를 다 붙인 뒤 목 대리가 말했다.

“뭔데?”

“내가 자네보다 키가 크다는 거.”

흐뭇하게 웃는 목 대리를 보며 나도 마주 웃어주었다. 나는 머리를 숙였던 데 반해 목 대리는 들고 있었으니 엄밀히 따지면 내가 작은 게 아니지만,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고 밴드까지 붙여준 목 대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의좋은 형제처럼 호탕한 웃음을 주고받으며 옥상을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