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당신

by 모카모카

날아간, ‘이제 출발하시죠.’


하루 종일 원료 상자를 날랐다. 지게차가 있어도 각종 원료들을 생산라인 구석구석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힘이 필요했다. 최 과장은 그 일을 내게 전담시켰다. 미안하지만, 이라고 단서를 붙였으나 전혀 미안한 얼굴이 아니었다. 라인은 왜 이렇게 많고, 원료의 종류는 또 왜 이렇게 다양한지. 그것도 죄다 쇳덩이들로만.

오전 내내 뛰어다녔다. 실수도 잦았다. 원료의 종류가 많다 보니 엉뚱한 라인에 배달하기 일쑤였다. 죄송하다고 말하기 무섭게 연방 죄송한 상황이 발생했다. 서두르다 기계에 무릎을 찧거나 발이 걸려 넘어지는 일도 허다했다. 그래도 누구 하나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공장 사람들에게 나는 실컷 부려 먹고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좋을, 볼모에 불과했다. 아니, 볼모보다 더 비참한 신세였다. 공장 사람들의 건강과 그들 가족의 행복, 안위를 위협하는 잔업, 야근, 철야, 특근 같은 악의 축을 몰고 온 게 바로 나였다. 그들에게 나는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대역 죄인이었다.

오후가 되자 배달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최 과장이 쯧쯧, 혀를 차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배달에 한 사람을 더 투입했다. 마침내 나는 ‘전담’에서 해방되었다. 오후에도 나는 넘어지거나 바닥에 주저앉곤 했는데, 오전처럼 서둘러서가 아니라 몸에 힘이 다 빠져서였다.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무력 그 자체였다. 퇴근 무렵엔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서 다리를 질질 끌고 다녔다.

“하, 시발. 이 구두 비싼 건데.”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잔만 살짝 기울여 맥주를 마셨다. 구두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몸 아픈 거야 시간 지나면 낫지만 구두야 어디 그런가 말이다. 비만 와도 조마조마한 판에 그 먼지투성이 바닥을 걷고 뛰고 구르고 끌고 다녔으니.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 격이랄까. 그렇게 뛰어다닐 줄 알았으면 운동화라도 하나 사서 출근하는 건데.”

나는 또 고개를 숙이고 잔만 살짝 들어 맥주를 마셨다.

“맥주잔 들 힘도 없어?”

현조가 물었다.

“어깨 아파. 손도 떨리고.”

“그렇게 힘들면 집으로 가지.”

“아, 뭐, 일찍 집에 가봐야 할 일도 없고…… 너도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고…….”

“우리 엊그제 봤어.”

“어? 아, 참, 그렇지? 내 정신 좀 봐. 천안 왔다 갔다 했더니 시간 개념이 엉망이 됐네. 참, 프로젝트는 잘 진행돼?”

“아직 시작 안 했어.”

“아, 그렇구나. 그런데 그 팀장이라는 사람은 어때? 잘해줘?”

물어놓고 나는 또다시 고개를 숙여 맥주를 마시고 팝콘을 한 움큼 집어 먹었다. 그러느라 현조의 표정은 보지 못했다.

“어.”

“어? 잘해준다고? 어제는 모르겠다고 했잖아.”

“선배.”

현조가 불렀다. 다시 한 움큼 팝콘을 집던 나는 동작을 멈추고 현조를 바라보았다. 현조가 말했다.

“짐 싸야 한다며? 빨리 집에 가야 하는 거 아냐?”

“새벽에 싸도 돼. 출근 시간 전까지만 가면 되니까.”

현조는 말없이 맥주를 마셨다. 소시지도 먹었다. 으깬 감자와 치즈도 먹었다. 나이프로 샐러드도 콕 찍어서 먹었다. 모두 소량이었고, 내 어깨 너머 무언가를 바라보며 조용히 씹었다.

“혹시 내가 온 거 귀찮아?”

물어놓고 금방 후회했다. 그렇다고 할 것만 같았다. 아니어도, 속마음이랑 상관없이, 응, 할 줄 알았다.

“아니 뭐, 별로.”

“이거 별로 안 귀찮다는 뜻 맞지?”

‘아니 뭐’와 ‘별로’ 사이에 짧지 않은 간격이 있어서 헷갈렸다. 그러니까 ‘아니 뭐’ 다음에 한 호흡 쉬고 ‘별로’라는 건, 별로 안 귀찮다는 뜻으로도 읽혔고, 내가 온 게 별로라는 뜻으로도 읽혔다.

“여기 맥주 맛있네.”

현조가 말했다. 그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는 듯.

“그렇지? 내가 너 이 집 맥주 맛보여주려고 일부러 니네 회사 근처로 온 거잖아. 여기 맥주가 진짜야. 사장이 직접 만드는데 맛이 깊고 풍부한 게 특징이지. 종류별로 다 마셔봐. 아, 물론 오늘 말고. 오늘은 내가 좀 바빠서. 말했다시피 짐도 싸야 하고.”

현조가 가늘고 긴 잔을 들어 맥주를 마셨다. 아직 학생일 때 우리는 이런 비싼 맥주는 꿈도 꾸지 못했다. 현조와 나는 주로 소주를 마셨고, 어쩌다 맥주를 마시는 날에도 3000cc 피처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때 나는 현조가 맥주보다 소주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뭐 마실래? 물으면 언제나 소주나 한잔하지 뭐, 대답했다. 그러니까 어쩌다 맥주를 마시는 날은 소주를 마신 뒤 현조를 집에 보내기 싫어 한잔 더 하자고 내가 조르는 날이었다. 몇 년 간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났을 때 현조는 나를 꽤 근사해 보이는 맥줏집으로 데려갔다.

“너 소주 좋아하잖아?”

내가 말하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현조가 대답했다.

“나 맥주 좋아하는데?”

그러면서 먼저 맥줏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현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엄청 비싸 보이는 정장에 엄청 비싸 보이는 구두, 더 비싸 보이는 가방. 내가 취업 준비를 하던 그때 현조는 이미 완벽한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일본으로 유학을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현조와 나는 합기도 도장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복학한 4학년, 현조는 그냥 3학년. 나는 하얀띠, 현조는 파란띠. 내가 쭈뼛거리며 도장으로 들어서자 그곳에 현조가 있었다. 현조가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다.

“합기도 좀 배워볼까 해서…….”

나는 우물우물 대답했다. 부끄러웠다. 군대까지 갔다 온 남자가, 그것도 대학 4학년이 합기도를 배우겠다고 도장을 기웃거린다는 게. 또 우물우물 덧붙였다. 변명처럼.

“그게…… 내년에 일본으로 유학을 갈 건데…… 외국이고 해서…… 내 몸 하나 지킬 능력은 있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따라오세요.”

현조가 말했다. 나는 현조를 따라갔다. 현조가 나를 관장에게 인계했다. 현조가 간략하게 설명했다. 내가 곧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는 것, 정통 무술보다는 습득이 빠른 호신술이 나을 것 같다는 것.

현조가 도장의 직원이 아니라 나처럼 합기도를 배우러 온 학생이라는 걸 안 건 며칠이 지나서였다. 과는 달랐지만 학교는 같았다. 사범이 잠깐 도장을 비울 때는 현조가 사범 노릇을 했다. 제각각으로 떠들어대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낙법 연습이야, 실시! 하고 말하는 게 다였지만.

어느 날 내가 현조에게 물었다. 합기도를 딱히 열심히 배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 합기도 도장에 다니느냐고. 현조는 강의가 없을 때는 대부분 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까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도 시도 때도 없이 현조가 있었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지나는 동안 운동하는 현조를 본 건 몇 번에 불과했다. 대개의 경우 관장실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진짜로 궁금한 것은 관장실에서 대체 뭘 하느냐는 것이었다.

“헬스클럽은……,”

거기까지 말한 뒤 현조가 소주잔을 비웠다. 나는 얼른 잔을 채워주었다. 현조가 말했다.

“시끄러워요.”

“네?”

“시끄럽다고요.”

“아, 네……. 아무래도 음악 소리가…….”

“태권도 도장도 마찬가지고요.”

“네?”

나는 또 반문했다.

“교문에서 오른쪽으로 300미터, 거기 도장. 거기도 시끄러워요. 수련생이 200명이라고, 그곳 사범이 말했어요.”

“아, 네…….”

“그런데 우리 도장은…….”

현조가 다시 거기까지 말한 뒤 소주잔을 비웠다. 나도 얼른 소주를 마신 뒤 현조의 잔을 채워주었다. 현조가 말했다.

“30명도 안 되니까.”

“아!”

처음 안 사실이었다. 나는 두부 위에 볶은 김치를 얹어서 먹었다. 현조는 숟가락으로 김치찌개 국물을 떠먹었다. 찌개에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돼지고기는 주로 내가 건져 먹었다.

현조는 나름 성실하게 대답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더 의문이 생겼다. 내 질문의 핵심은 현조가 무술이든 운동이든 그다지 열의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고, 그러면서도 왜 계속 도장에 다니느냐는 것이었다. 현조는 조용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조용한 걸로 따지자면 합기도 도장보다 더한 곳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혹시 집에서 운동하라고 강요하나요? 그래서 마지못해…….”

“농부의 자식이 농부가 될 확률이 높고, 어부의 자식이 어부가 될 확률이 높듯이.”

현조가 거기서 말을 멈췄다. 내가 중얼거렸다.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현조는 굴하지 않고 마저 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니까, 오며 가며 보다 보면.”

“합기도를 그런 식으로……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현조가 숟가락으로 냄비 속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합기도가 뭐 별건가.”

나는 더 반박하지 않았다. 그렇구나, 생각했다. 현조는 합기도를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눈으로 보기만 해도 익힐 수 있는 무술쯤으로. 그러자 의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조는 합기도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 무언가를 배우려는 자는 그에 합당한 존중의 마음을 갖고 있기 마련. 그런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배우려는 의지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현조에게는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결론이 나왔다. 처음부터 내가 의심하던 것, 그리고 이제는 사실로 확인된 것.

현조가 도장을 드나드는 데는 다른 목적이 있다!

밤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기 일쑤였다. 누가 조금만 잘못해도 지나치게 화를 냈다. 마음에 안 드는 말을 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보면 욕을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다. 야, 이 시발새끼야! 이 관장 같은 새끼! 나이를 먹었으면 나잇값을 처해야지, 이 음흉하고 더러운 새끼! 욕을 하고 싶은데 못 하니까 병이 났다. 짜증과 신경질이 머릿속에 가득 차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러다 내가 먼저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 술자리 이후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나는 살금살금 걸어가 노크도 없이 관장실 문을 확! 열어젖혔다. 응? 이건…… 뭐지?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상상하던 그림이 아니었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던 관장이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관장의 책상에는 현조가 앉아 있었다. 현조는 볼펜을 입에 문 채 고개를 삐딱하게 젖히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책상 위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책들이 잔뜩 펼쳐져 있었다.

“아…… 저기…… 손님이 오셔서…… 어? 손님이 가셨네…….”

나는 정신 나간 놈처럼 횡설수설했다.

내 눈으로 확인했어도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현재진행형은 아니라지만 미래진행형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30대 중반의 관장은 스마트하고 잘생기고 옷도 잘 입었다. 수련생이 없어도 여유로운 걸 보면 돈도 많은 것 같았다.

다음 번 술자리에서 나는 현조에게 말했다. 학교 도서관도 있는데 왜 굳이 도장에서 공부를 하느냐, 시끄럽기로 따지면 도장이 훨씬 더하지 않느냐, 혹시 자리 때문에 그러는 거면 내가 네 자리까지 잡아줄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도서관으로 갔다. 다른 학생들이 눈치 못 채게 자리 하나 더 잡아두는 거야 일도 아니었다. 현조가 대답했다.

“도서관은, 다른 의미로 시끄러우니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 총탄 없는 전쟁터.”

의미를 알 것도 같아서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현조가 덧붙였다.

“그 치열함이 머리 아파.”

현조를 볼 때마다 자꾸 이상한 상상이 발동되어서 괴로웠지만 나는 꾸준히 합기도 도장에 나갔다. 안 보면 더 불안해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내가 가야 관장을 관장실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관장님, 상대 한 번만 돼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연습도 실전처럼 해야 하는 거 맞죠? 혼자 하니까 잘 안 되네요.”

“이 동작이 그러니까, 이렇게 요렇게 하는 게 맞나요?”

나는 끊임없이 질문을 해대고 상대가 돼달라고 부탁했다. 사범을 제쳐두고. 내가 하도 관장실을 들락거리니까 나중에는 아예 수련일이 아님에도 관장은 내가 가기만 하면 관장실 밖으로 나와 내 연습을 지켜보았다. 몇 달 동안 나는 30여 가지의 호신술과 합기도의 기본동작, 그리고 각종 낙법을 익혔다. 관장은 처음에 왔을 때보다 내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며 좋아했다. 사실은 자기를 노려보는 건데 그것도 모르고.

점점 출국할 날짜가 다가왔다. 그럴수록 내 방 거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시간이 늘었다. 나는 나를 향해 중얼거렸다.

“기다려줄래? 기다려줄 수 있어? 3년이면 돼. 군대 갔다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기다려줄래? 기다려줄 수 있어?”

하지만 나는 현조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졸업식이 끝난 며칠 뒤 일본으로 출국했다.


“일부러 내가 여기 왔잖아. 넌 맥주를 좋아하니까.”

내가 말했다. 현조가 물었다.

“여기 와본 적 있어?”

“처음이야. 동네 이름이랑 맥주 맛있는 집, 으로 검색하니까 여기 뜨더라.”

우리는 맥주 한 잔씩을 더 주문했다. 나는 나이프로 소시지를 썰며 말했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무심하게.

“우리 합기도 도장 다니던 거 생각난다. 아직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네.”

나는 일본에서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합기도 도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도장은 사라지고 없었다. 도장이 있던 자리에는 태국 마시지 숍이 들어서 있었다.

“생각난 김에 우리 한번 찾아가볼까? 학교 안 가본 지도 오래됐고.”

내가 말했다. 그러곤 얼른 현조 눈치를 살폈다. 현조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더니 글쎄, 하고 중얼거렸다.

“관장님은 잘 계시려나…… 이젠 멋진 중년이 되셨겠다.”

현조는 대꾸하지 않았다. 내가 일본에 간 뒤에도 현조는 졸업할 때까지 1년 더 도장에 다녔다. 합기도도 안 하면서 매일 같이 도장에 갔다. 4학년 때는 수업 일수도 적어서 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내가 이메일로 어디냐고 물을 때마다 도장, 이라는 답장이 왔다.

“우리 관장님 한번 찾아뵐까?”

내가 떠보았다. 현조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또 글쎄, 하고 말했다.

“너한테 잘해주셨잖아. 관장실 책상도 내주시고. 이제 성공했으니 찾아뵙는 게 도리지.”

“선배 바쁘다며?”

“주말엔 시간 낼 수 있어. 말 나온 김에 이번 주에 당장 찾아갈까? 혹시 관장님 연락처 있어?”

없는데……, 현조가 중얼거렸다. 너도 학교 가본 지 오래됐지? 내가 묻자 현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정문 앞에서 만날래? 오랜만에 학교도 둘러볼 겸.”

내가 제안했다. 합기도 도장은 학교 정문에서 왼쪽으로 500미터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럴까?”

현조가 대답했다. 현조는 도장이 없어진 걸 모르는 게 확실했다. 물론 관장과도 연락하지 않았다. 궁금증 하나가 해소되었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350cc 한 잔을 원샷 했다. 꿀꺽꿀꺽,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마저 경쾌했다.

“시간 봐서 내가 연락할게. 우리 이제 일어날까? 너도 다 마셨지?”

현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주말에 나는 현조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아주 바쁠 것이고, 서울은커녕 퇴근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코피를 흘릴 것이며, 몸살을 앓을 것이며, 팔이나 다리를 조금 다칠지도 모른다. 나는 한껏 갈라진 목소리로 미안해, 다음에 가자, 하고 말할 것이다. 물론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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