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들을 내리며

by 마루


요즘 산책에서는 새를 보러 다닌다. 며칠 전 큰고니들 사이에 끼어있던 댕기물떼새 한 마리를 보았다. 얼마나 단단해 보이던지. 그 먼 곳에서 혼자 왔는지, 동료들과 같이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날은 큰고니와 덩치 큰 오리들 사이에 혼자 서있었다.


허울 좋은 이름뿐이었던 수필가. 어디에서 수필가라고 내세워 본 적 없는, 여전히 나는 국어선생이 직업이다.

에세이스트로서 최소한의 관문이 문예지 등단이었다. 그게 벌써 십오 년 전이다. 수필문예지 등단이 뭐 그리 어려운 관문은 아니지만 등단해 놓고 차차 쓰자, 였다. 차차가 차차차가 되고 차차차차가 되었다.


보통은 등단 후 좋은 글을 부지런히 내놓는 사람도 있고, 설익은 글을 수필이랍시고 출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같이 등단한 문인들은 책을 내면 한 권씩 보내온다. 간혹 좋은 책도 있고 그렇지 못한 책은 더 많다.


국문학 전공자라서 보는 눈은 높은 편이다. 그런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무당이 제 팔자는 모르듯 내 글은 잘 안 보인다. 조금 과장하면 전 국민이 에세이를 쓰는 요즘, 읽히지 않을 책은 만들지 말자 다짐했었다. 그러다 작년에 올해의 작품상을 받고(여전히 우리들만의 리그지만) 책을 내보자고 하니 한 권은 써야겠다 싶어서 쓰는 중이다.


올 상반기에는 나올 에세이집에 실릴 초고가 이 브런치에 있어 퇴고를 위해 부득이 몇몇 글을 내렸다. 브런치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글을 많이도 썼더라. 그중의 고갱이만 솎아내니 남은 글들은 다 쭉정이만 남았네. 연재는 계속할 예정인데 서평은 최소한 내가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이고, 일주일에 시 한 편은 꼭 하고 싶은 도전이라 계속 쓸 예정이다. 책이 나온 이후부터는 브런치를 좀 더 성실히 가꿔보려 한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한 권의 쓰레기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 마음 무거운 요즘이다. 자꾸 그날의 댕기물떼새가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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