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을 위해 달리다

천국의 아이들

by 마루

금붕어, 자전거, 아이들.

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다운 것들 속에서 나온다. 순진한 것들은 또 순진한 것들 속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끊임없이 남모르는 상처를 주고받으며 또 다른 1등에게 반드시 빼앗기게 될 1등을 염원한다. 삶이 고단하고 세상이 더럽고 마음속에 먼지가 날릴수록 1등의 유혹은 절박하고 순수는 퇴락되어 간다.


알리는 동생 자라의 신발을 잃어버린다. 가난한 알리의 집엔 새 운동화를 살 돈이 없다. 알리는 동생 자라와 비밀스런 약속을 한다. 오전반인 자라가 알리의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면 오후반인 알리가 그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간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순진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알리는 자라의 신발을 신은 아이를 찾지만 결국엔 돌아선다. 그 아인 알리네 보다 더 가난한 아이였다.



하나를 잃으면 반드시 하나가 생기는 것이 진리인가? 학교에서 어린이 마라톤 경주가 열리는데 3등 상품이 바로 운동화였다. 알리는 동생 자라의 운동화를 마련해 주기 위해 달린다 3등을 향해서. 한 켤레의 운동화 때문에 1등보다 3등이 좋은 아이. 용서와 사랑과 기쁨을 아는 아이들 알리와 자라. 두 남매의 초롱한 눈망울에서 나는 천국을 보았다. 이제 막 기울기 시작한 오후의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는 천국 같은 세상이 존재함을 느꼈다.


남들이 부러워할 1등을 했지만 알리의 크고 까만 눈에 자책과 낭패의 눈물이 고인다. 그러나 마라톤에서 돌아온 알리의 상처 입은 발을 금붕어들이 어루만져 주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버지의 자전거에는 자라의 빨간 새 구두가 매달려 있다.


어른들의 사회가 '사람'다운 사람보다는 남을 밟고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1등만이 살아남는 곳이라는 걸, 앙다문 입술 사이로 피가 배어 나오도록 절실하게 깨닫는 곳이라는 걸, 알리와 자라는 몰랐으면 싶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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