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겨우 5센티미터나 자랐을까.
아직 아무것도 싹트지 않은
황량한 숲 길에 잎도 없이 샛노란 꽃이
생뚱맞게 올라 와 있다..
차라리 땅에 떨어져 있다는 표현이
제격이다 싶게 꽃만 똑 따서
놓아둔 것 같다.
밟히면 어쩌려고
하필 등산객의 왕래가 많은 길섶에
애면글면 피었는지,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저 여린 꽃대로 어떻게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왔을까.
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살펴보니
눈 속에 핀다 하여
얼음새 꽃이라고도 불리는 복수초다.
한자로는 福壽草라 쓴다.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응보의 복수가 아닌,
우리 조상들이 즐겨 주고받았던
오복의 그 복수다.
이른 봄, 겨울을 몰아내고
화사한 봄소식을 전하는
노란 꽃의 모양이 복을 날라다 주는
천사의 날개와도 닮았기에
붙여진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이 낫낫한 것이
백화난만한 봄의 한 복판에 피지 않고
어째서 언 땅이 채 풀리기도 전에 피는지,
자연의 뜻이 참으로 매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