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루 Feb 26. 2022

욕심쟁이 거인의 봄

빼앗긴 청춘에도 봄은 오는가. 


오는군요.

저기 희미하게 보이는 걸요.

봄샘 추위가 매섭긴 하지만

골짜기에 눈은 녹고, 새들은 지저귀고

꽃들은 피어나겠죠,


이즈음만 되면 긴 겨울의 지리함에

몸서리를 치곤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겨울이

등을 보이고 돌아설까 두려워집니다.

아직 봄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욕심쟁이 거인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거인은

항상 그곳에서 놀던 동네 아이들을

내쫓고 높고 튼튼한 담을 쌓죠.

아이들이 사라진 거인의 정원은

겨울만이 계속됩니다,

'왜 이렇게 봄이 늦게 오는지 모르겠군.'


자기 속에만 갇혀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에게는 겨울만이 계속될 뿐이지요.

제가 지금 그런 걸까요?

전 지금 거인처럼 사방에 담을 쌓고

길고 긴 겨울을 혼자 즐기는 중입니다.

그게 아직까진 그리 나쁘진 않네요.


거인처럼 마음을 열고 

세상과 화해하는 문제는

봄이 그리워지거들랑 그때 생각해 보죠.


매거진의 이전글 복수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