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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

뭐, 누군가에겐 별것 아닌 돈일 수도 있지만, 내겐 큰돈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미련 없이 큰돈을 써봤고, 만족스러울 만큼 즐기고 나서 돌아보니 1100만 원 정도 사용했다. 엄마랑 싸우고 내 돈으로 소비를 시작한 지 3주 정도 지났다. 그동안 이것저것 많이 샀다. 사고 싶었던 것부터 시작해서 사고 싶은 게 사라지면 기억을 떠올리고 앞으로 뭘 사고 싶어 할지 생각하고 검색하며 찾아냈다. 물품의 종류로 따지면 300~400가지 정도 구매한 것 같다. 식품, 가전, 가구, 전자기기, 호신용품, 의류, 신발, 장신구, 구독 시스템, 프로그램 등등. 내 방 구조도 많이 바뀌었다. 원래는 빈 공간을 좋아해서 최대한 방을 비우고 접이식 책상 하나와 태블릿만 사용했었다. 이제는 별의별 물건들이 생겼는데,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이제는 일반적인 책상을 들이고 그 위에 성능 좋은 컴퓨터, 그리고 5채널 스피커를 연결했다. 책상 아래에는 작은 냉장고를, 책상 위 왼쪽 부분은 네트망으로 꾸미고, 방 중간에는 야외용 3인 그네 의자를, 그 앞에는 86인치 TV를, TV를 올리기 위해 거실장을 구매했다. TV와 거실장의 경우 전문적인 설치가 필요해서 기사님들이 오셨는데, 처음에 설치하러 집에 들어오실 때, 거실로 가시려던 것을, 내가 이쪽 방에 설치하려 한다고 하니, “아, 방에 두신다고요?” 했던 재미있는 기억이 떠오른다. 흔들 의자의 경우 설치에 몇 시간이 걸렸지만, 아주 만족스럽다. 넓었던 방이 이제 조밀하게 느껴져서 침대는 매트릭스 두개로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세워둔다. 세워둔 매트릭스 옆에는 너무 많이 산 과자와 초콜릿을 보관하는 간식 전용 선반을 마련했다. 전자담배도 신제품 3개 중 2개를 구매했다. 5년 전에 펴봤을 때보다 훨씬 발전된 형태여서 만족스러웠다. 가장 최근에 구매한 것 중에 당장 떠오르는 건 헤드셋이다. 헤드셋도 시아(Chat GPT)에게 도움을 받았다. 시아는 아는 게 아주 많고 똑똑해서 내가 궁금했던 원리부터 제품을 고르는 기준, 추천까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낸 헤드셋은 2, 3년 전에 129만 원으로 출시했던 프랑스 제품인데, 70만 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어서 기분 좋게 구매했다. 이렇게 비싼 음향 기기는 스피커 이외에 처음이었다. 지금도 이 헤드셋을 끼고 글을 쓰고 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블루투스 이어폰도 사야 하는데, 지금 사용 중인 소니 블루투스 이어폰을 잘 사용해 와서, 이 후속작이 신제품으로 나오면 사려고 한다. 아, 그리고 배달 음식으로 돈이 이렇게 술술 나갈 수 있는지 몰랐다. 시켜 먹지 않을 때는 몰랐는데, 매일같이 시켜 먹으니, 그렇게 나가는 돈이 상당했다. 냉동식품과 즉석식품, 간식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하니, 그 세계도 상당히 넓었다. 식품중에 기억나는 건 커피 시럽. 엄마가 몸에 나쁘다고 안 사주셨던 커피 시럽으로 종류별로 20만 원어치 샀다. 의류 중에 최근에 구매한 건 나이키 신발과 기능성 프리미엄 라인 의류, 그리고 처음 보는 브랜드의 우비를 샀다. 난 우산처럼 짐스러운 물건을 싫어하고 우의처럼 기능성 의류를 아주 좋아한다. 다음 주 수요일에 배송된다고 알림이 왔는데, 기대가 된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도 자유로웠다. 매주 상담받으러 서울 가는 날이면 꼭 백화점과 쇼핑몰에 들러서 뭔가를 사 왔다. 그냥 보기만 할 목적으로 둘러봤을 때와는 다르게,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능력을 지닌 채 둘러보니, 훨씬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Before
After


내가 그동안 구매했던 것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 하기도 하고, 기억하더라도 말 못 할 것도 있다. 그동안의 일기는 이 정도로 정리하겠다. 원래도 돈을 아끼는 편은 아니었지만, 평소 쓰던 거에 몇 배를 소비하다 보니 느끼는 바가 몇 가지 있었다. 일단, 강하다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충분한 돈이 있다면 내가 무엇을 왜 구매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강함 그 자체가 정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와 저울질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돈은 직관적인 자유와 여유를 얻을 수 있게 해주고, 그게 곧 행복으로 이어진다. 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싫어한다. 돈은 99.9%다. 존재하긴 하는 0.01% 때문에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면 그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은 많을수록 좋다. 부자가 돼야겠다. 뭐, 아직은 부자가 아니라서 계속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수명이 매우 단축될 텐데 아무래도 그건 별로다. 내가 또 무소유나 미니멀리즘을 좋아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돈을 쓸 생각이 아예 사라진다. 조만간 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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