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또 시작이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을 새벽에 내 방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던 나는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 소리가 귓속에 가득 울려서 놀라 일어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한 번 이명이 들리기 시작하면 귀에 다른 소리를 넣기 전까지 멈추지 않는다.
"아——"
급한데로 입으로 소리를 내어 정적을 깬 후, 이어폰을 찾아 귓구멍에 끼워 넣는다.
오늘도 잠은 다 잔 것 같다. 이 뒤는 익숙하다. 머릿속에 어질러져 있는 생각들을 펜을 통해 종이로 흘려보낸다.
예전에는 침대에 누운 채로 눈을 감고 잠에 들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살아있는 시체가 될 뿐, 잠에 든다는 건 마냥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어차피 잠이 오지 않으니, 아까운 시간을 사용하자.
내 첫 기록은 약 11년 전, 2013년 4월 22일부터 시작됐다. 기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딱히 누구에게 보여줄 목적도 아니었으며, 내가 보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다. 아마 기록으로 모든 생각을 털어놓고 나서야만 고름이 짜여지듯 머릿속이 편해져서 그랬던 것 같다.
적게 되는 내용은 다양한데, 대부분 생각을 위해 생각하는 생각들. 나는 살면서 잘못한 게 없지만 자아 성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스스로를 계속 부딪쳐 깨뜨린 뒤 드러난 속내를 분석하곤 한다.
‘나’라는 사람의 특성 중에는 혼자와 은둔자라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원래라면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 드러날 일이 없어서, 아무도 확인하지 못한 채,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나가 버린다. 대부분은 혼자가 좋다. 혼자가 괜찮다. 가끔은 혼자가 싫다. 혼자가 외롭다.
공개적인 곳에 글을 써서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고, 그렇게 하기로 결심한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나 여기에 있다.' 고. '여기에도 사람이 있다.' 고.
미리 말하자면 나는 이중인격도 다중인격도 아니지만, 정신이 분열되어 있는 것 같다. 위험한 사람이냐 하면 그럴 수도, 위험한 행동을 하냐 하면 그렇진 않다. 자유로운 사고와 별개로 언행은 완벽하게 통제하기 때문이다. 사실, 통제라고 해봐야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을 뿐이지만.
다시 돌아가서, 나는 내가 재미있어서, 어쩌면 우스워서. 다 같이 웃으면 좋지 않을까, 잘만 되면 돈도 벌 수 있고.
이런 말 쓰면 혼나려나.
사실,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글, 책, 알면 알수록 풍부하고 어려운 세계다. 같은 글씨고 글자라서 비슷한 건 줄 알았는데, 기록을 해왔던 바탕으로 글을 써보려 하니 이것은 마치, 모래성을 지었던 경력으로 건축가에 지원하는 느낌. 내 부족함마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어린 나이고 부족한 ‘나’지만, 계속해서 나아가려 한다.
나는 그저 맛없는 껍질이다, 내가 누구인지보다는 이곳에 드러난 알맹이를 취해주길.
그리고 내 무지의 자유를 용서해 주길, 그 게걸스러움을 즐겨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