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

2311120049

by ODD

일하니까 숨통이 트인다.


‘내 돈’이라는 게 벌리니 하고 싶은 것들을 소거해 갈 수 있게 됐다.


허우적거렸던 현실이라는 수면의 높이가 낮아져 이제는 물놀이를 할 수 있게 됐다.


아니면 내가 커져서 수면의 높이가 낮게 느껴지는 걸까.


현실을 견디지 못하며 물먹고 토하던 이전의 내가 안쓰러울 정도.


아, 이게 삶.


이것이 하나의 톱니.


그토록 두려워했던 톱니의 역할.


막상 작디작은 톱니 중 하나가 되어보니, 편안하다.


안정적이다. 내 왼쪽에, 그리고 오른쪽과 위와 아래에 다른 톱니들이 맞물려있다.


자유로움은 줄어들었지만 안전함이 느껴진다.


조금의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 따뜻함이 나를 치료해 주겠지.


그리고 이 따뜻함이 나를 약하게 만들겠지.


나를 안주하게 만들고 예민함을 무디게 만들며 굶주림을 채워주겠지.


그토록 거부했던 식전 빵.


막상 먹어보니 맛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기도...


너무 낮아진 수면이 내 헤엄을 잊게 하지 않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