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2402211304

by ODD

그래, 나 역시 그렇다.


사회화된 인간의 증거로써 감정의 이빨을 숨기고 활동한다.



이빨을 뽑고 뽑아도 갈고 갈아도 더 날카롭게 자라는 날 선 이빨.


상황이 날 자극하여 내 이빨이 잇몸 밖으로 밀려 나와도 난 깊은 웃음을 지어, 내 이빨을 입안에 숨기고 그렇게 생긴 자상에서 흐르는 피와 함께 삼켜버린다.


난 그런 식으로 이빨을 숨긴다.



어떤 이는 알고 있다.


본인이 그렇듯 내가 이빨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서로 존중한다.



반면에 어떤 이는 알지 못한다.


이빨을 숨기는 법도 모른 채, 자신의 짧은 이빨이 기준이 되어 이빨이 드러나지 않는 내가 이빨이 없는 건 줄 안다.


없는 줄 알고 내 입 앞까지 가까이 와서 날 흥분시킨다.


그럴 때면 내 이빨 뿌리까지 피가 진하게 묻어나도록 잔인하게 물어뜯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순 없겠지.


현대 사회에서의 이빨이란 벌의 침 같아서 한 번 꽂아버릴 때 내 내장도 줄줄이 빠져버릴 테니.


그럴 순 없겠지.



하지만 그럴 순 있겠지.


내 내장이 빠져버려도 좋을 상황이라면.


그런 황홀한 상황이라면 온 힘을 다해서 널 갈기갈기 물어뜯을 거야.


그럴 순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