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장 문형배가 알려주는 독서

“나쁜 사람은 있어도, 나쁜 책은 없다”

by 감성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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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더의 자격’을 말할 때


우리는 너무 쉽게 말솜씨, 전략,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진짜 리더를 가르는 건


그가 무엇을 읽어왔는가,


그리고 그 읽기가 인간을 향해 있었는가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인물,


그리고 지금은 시민으로 돌아온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독서는


이 질문에 가장 정직한 답을 내놓는다.





독서는 ‘판결 이전의 재판’이었다



문형배는 원래부터 책을 많이 읽던 사람이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의 대학에 들어왔을 때,


그가 처음 느낀 건 지식의 차이였다.


사투리는 숨길 수 있었지만,


무지는 숨길 수 없었다.


‘장 발장’이 『레미제라블』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조차


대학에 와서야 알았다고 말한다.


그 순간부터 그는 읽기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가리지 않고.


그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잡히면 처벌받을 게 뻔한 일을 반복하는지,


왜 계약서도 없이 거액의 거래를 하는지,


왜 같은 선택을 또다시 하는지.


판사로서 사건을 판단하기엔


인생에 대한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자각.


그 공백을 메운 것이 독서였다.





문학은 판사의 ‘면책’을 허락하지 않는다



문형배의 독서 이력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부터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까지.


그는 말한다.






“문학은 보편적 진실을 추구하고


재판은 구체적 진실을 추구한다.


양자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이 말은 곧 이런 뜻이다.


문학을 읽지 않은 판결은 위험하다.


판결은 조문으로 끝나지만,


그 결과는 한 사람의 인생에 남는다.


문학은 판사에게


“너는 지금 한 인간의 삶을 재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그래서 문형배의 독서는


지식을 쌓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오판을 피하기 위한 독서였다.





그가 도달한 단어, ‘호의’


30년 가까운 독서와 성찰 끝에


그가 붙잡은 단어는 의외로 단순하다.


호의.


그는 이를 이렇게 이해한다.


거창한 선의가 아니라,


말 한마디, 판단 하나가


사람을 살릴 수도, 더 깊이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인식.


그래서 지금도 회자되는 판결이 있다.


자살을 시도하며 여관에 불을 지른 피고인에게


선고 당일


“자살”을 열 번 외치게 한 뒤


“살자”를 외치게 한 판결.


법조문 어디에도 없는 장면이지만,


그 안에는 법의 목적이 있었다.


처벌 이전에 인간을 붙잡는 것.





『호의에 대하여』, 판결문이 아닌 인간의 기록


그의 책 호의에 대하여는


거창한 법 이론서가 아니다.


산책길에서 만난 나무,


김장하 선생과의 기억,


법을 몰라 손해 보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건강한 사회를 향한 조언들.


이 책은 말한다.


법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연민과 호의라고.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갚겠다”는 말은


그의 인생관이자


그가 꿈꾸는 사회의 구조다.


선의가 순환하는 사회.





권력에서 내려온 뒤, 다시 독서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정사의 한 장면을 남긴 뒤


문형배는 다시 시민이 되었다.


그는 말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그 소통의 방식은 여전히 독서다.


공자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망에 빠지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독단에 빠진다.”






이 말은 지금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확신은 넘치는데, 읽지는 않는다.


분노는 넘치는데,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문형배의 독서는


이 시대 리더십에 대한 조용하지만 강한 반박이다.






마무리: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의 독서란


문형배의 독서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독서는 스펙이 아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독서는 권력을 다루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다



나쁜 사람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쁜 책은 없다.


문제는


읽지 않는 권력자,


생각하지 않는 리더다.


그리고 그 공백은


언제나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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