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남편과 쇼핑중독 와이프
예전의 나는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살아있는 것과 없어지는 것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치료를 시작하고 약을 먹은 뒤, 지금의 나는 너무 많이 행복해져 버렸다. 조금 과할 정도로.
약을 먹고 나아지자 갑자기 살아있다는 느낌이 돌아왔다. 심장이 다시 제 속도로 뛰고,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아주 정확하게 쇼핑으로 분출되었다.
반면 남편은 집을 모델하우스처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아무것도 없어야 안심한다. 내가 산후조리원에 들어갔을 때 신발장에 있던 잡동사니를 전부 버린 전적이 있다. 주방에 똑같은 칼이 두 개가 있으면 아무리 멀쩡해도 하나는 버린다. 물건은 꼭 필요한 것만 있어야 하고, 식탁 위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으면 안 된다.
남편의 명언은 이렇다.
"한 개를 사면 한 개는 무조건 버려. 그리고 이 집의 면적의 값이 얼마인지 생각해 봐. 만약 한 평당 3천만 원이면 그 물건이 지금 3천만 원짜리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쇼핑중독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한 번에 커다란 쇼핑백 세 개를 가득 채울 만큼 옷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굿윌스토어 쇼핑을 마치고 남편이 나를 데리러 왔다. 트렁크에 쇼핑백 두 개를 넣자 남편의 눈이 커졌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하나가 더 남아있었다. 아주 크고, 아주 무거운 쇼핑백.
그걸 본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아주 상또라이가 나타났어! 두 개도 어이없었는데 마지막 짐이 하나 더 있었네?"
남편은 물건이 늘어나는 걸 정말 싫어한다. 그는 집을 보면 혈압이 오른다.
그래서 늘 당부한다.
"제발 내 방만 건들지 말아 줘."
남편의 방만 호텔처럼 깔끔하게 유지되고, 나머지 방은 각자의 삶이 쌓여 있는 상태다.
나는 말했다.
"이거 입으면 기분이 좋아. 이거 보면 나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 "
남편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너만 좋으면 됐다."
나는 웃었다. 이 집에서 "사랑해"다음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다.
예전의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없었다.
지금의 나는 조금 과하게 느끼고, 조금 과하게 산다.
그래도 남편은 안다.
이 난장판 같은 쇼핑백들이 내가 다시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모델하우스를 꿈꾸는 남편과 굿윌을 털어 오는 내가 같은 집에 산다.
조금 시끄럽고,
조금 과하지만,
확실히 살아 있는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