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정윤 Aug 11. 2023

덕질



누군가를 대가 없이 응원하고 좋아하는 마음은 정말 순수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정말 무엇이든 이길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어떤 비효율적인 행동을 필요로 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덕질을 해보았다. 팝송과 외국 힙합을 좋아하던 나는 당연히 그들과 닿을 수 없다 생각하여 얕은 리스너 정도의 덕질을 하고 있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그러다 올해 초 한국 가수의 노래를 먼저 좋아하게 되었다. 근데 나는 성격상 노래가 좋으면 실제로 들으러 가야 한다. 그래서 무작정 가장 가까운 날에 하는 라이브 공연을 예매했다. 라이브 공연으로 그를 실제로 보고 나니 더 좋아졌다. 집에 와보니 주문했던 그의 앨범이 와 있었고, 이번엔 그 앨범에 사인을 받고 싶어졌다. 그래서 피지컬 앨범을 모두 구매했다. 그다음 라디오 스케줄에 맞추어 연차를 내고 보러 갔다. 실제로 그를 보니 너무 떨렸다. 이어폰 속으로만 듣던 목소리가 내 바로 앞에서 들리다니. 그는 사인을 해주며 자신을 보러 온 팬들을 하나하나 챙겼다. 그 이후로 나는 그의 스케줄마다 따라갔다. 갈 때마다 그에게 줄 선물을 사서 갔다. 그가 잠을 못 잤다고 하면 걱정이 되어 수면안대를 선물했고 , 내가 좋아하는 시집도 선물했다. 항상 만나러 가는 날엔 편지도 써서 갔다.

한 번은 그가 어떤 타 가수 무대에 올 수도 있다 해서 무작정 한 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갔다가 허탕치고 온 적도 있다. 대학 축제 공연들을 보러 다른 지역으로도 다녔다. 그냥 그가 무대에 서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1분이 되어도 좋으니 그가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면 그저 행복했다.



내 주변 사람 모두가 다 알정도로 난 정말 모든 내 마음과 체력과 돈을 썼다. 정말 큰 경험이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음 고민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하나에 꽂히면 진짜 그걸 진심으로 하는구나를 또 느꼈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이만큼이나 주고 그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게 신기했다.

그러다가 그 사람에게 실망하는 계기가 생겼고, 지금은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팬과 아티스트라는 관계는 이렇게 한쪽에서만 놓으면 쉽게 끊기기에 , 나는 최선을 다해서 그런지 미련이 없다. 또 이젠 그 가수에게 줄 마음이 더 이상 없다. 그래서 정말 후련하다.




작가의 이전글 레이디버드 / 왜? / 20:4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