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부자는 이기적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규정을 위반해 부를 축적했다.”라는 인식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나 부자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두 번째는 “부자는 규정을 잘 지키고, 매너가 좋으며, 생각이 유연하다.”라는 인식이다.
나는 후자의 생각에 더 공감한다. 그래서 부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생각을 배우려고 한다. 특히 맨손으로 시작해 부를 이룬 자수성가형 인물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대학 시절, 아버지는 사업 부도와 함께 돌아가셨다. 나는 도서관 책 정리, 배달, 과외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복학했다. ‘헝그리 복서’처럼 치열하게 살아야 했다. 운 좋게 취업에 성공했고, 그곳에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힘든 환경이었지만 직장 생활은 나름 즐거웠다. 그러나 부족한 점이 있었다. 여유가 없었고, 유연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내가 던지는 질문의 크기도 늘 작았다.
학창 시절에는 “과연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어디에 취업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취업 후에는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성공시킬까?”가 전부였다. 내 사고는 늘 눈앞의 생존과 성과에 매여 있었다.
졸업 후 20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 유학을 다녀왔고, 돌아와서는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맡아 대규모 영업이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새로운 기술 개발에도 도전해 몇 건의 신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그렇게 하나씩 쌓아 올린 성과가 등록 특허 40건이 넘는다. 결과물 하나하나에 내 시간과 노력이 배어 있다.
주거지는 전라도 한 지역 아파트 사택에서 시작해 경기 평촌, 영등포 문래동, 성동구를 거쳐 현재의 송파 잠실까지 차례로 옮겨왔다. 대단한 부를 축적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했던 20대 직장인이 40대가 되어 조금은 괜찮은 동네로 이사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겐 큰 성취였다.
처음 잠실로 이사했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선명하다. 동네 산책하다가 보이는 랜드마크인 롯데월드는 커다란 성 처럼 보였고, 석촌호수에서 보이는 롯데월드와 사람들의 웃음이 여유로워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내 삶에 기적이 일었다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 웃음이 나기도 했다.
회사는 강남구에 있다. 집과 가까운 거리라 출퇴근이 부담되지 않는다. 덕분에 일상 속에서 체력과 마음의 여유를 더 가질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공유 자전거를 타고 한강 강변길을 따라 출퇴근을 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였다. 동네 이웃, 회사 동료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시야를 얻을 수 있었다. 단순히 직장과 집을 오가는 생활이 아니라, 타인의 경험과 생각을 듣고 배우는 과정 속에서 내 삶의 폭이 넓어졌다. 개미처럼 일하던 일군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던 매처럼 느껴지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자수성가한 직장인 부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몇 가지 특징을 깨달았다.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삶에 여유가 있다.
취미와 관심사가 다양하다.
남에게 피해 주기를 싫어한다.
한편, 나는 회사에서 프로젝트 발표를 하거나 고객사에서 제품·기술 설명을 할 때 많은 연습을 반복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선배들에게 자료를 확인받고, 끊임없이 수정했다. 대부분의 발표는 무난했지만, 계획에서 벗어나거나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면 크게 당황했다. 여유가 부족했고, 융통성이 없었다.
반면, 내가 본 부자들은 달랐다. 그들은 여유가 있었기에 실수를 하더라도 유머와 위트로 가볍게 넘겼다. 바로 그 차이가 부자와 나를 가르는 결정적 지점이었다. 생각의 여유가 결국 삶의 크기를 바꾼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질문이 크게 느껴졌다. 그러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섭렵하기 위해 유연성을 키우려 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부자들의 도덕성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한 정치인은 “재벌은 회사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들은 아침 늦게 일어나 형식적으로 회사에 들렀다가, 개인적인 용무를 위해 일찍 퇴근한다고 풍자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재벌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주영 회장은 아산만 간척지 공사를 추진하면서 폐유조선을 도입해 방조제를 건설한 이른바 ‘정주영 공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성취는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회장으로서 반드시 해내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려는 주인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부자를 무조건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오히려 부자들의 태도와 배움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질문이 생긴다. 사람들은 왜 부자들을 질투할까? 아마도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느끼는 그 ‘가난’은 정말로 가난한 것일까? 그렇다면 먼저 가난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문득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초등학교 동급생, 홍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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